충전 중 배터리 ‘펑’ 터진 전기 오토바이…보조금 준 정부는 안전관리 수수방관

2021.12.01 06:00 입력 2021.12.01 10:05 수정

서울 성동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모씨(62)는 지난 9월 자신의 가게 앞에서 ‘펑’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2년 전 구입한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가 충전 중 폭발한 것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꽃이 슈퍼로 번지는 바람에 두 달 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배터리팩의 절연파괴에 따른 발화 가능성이 있다’는 감식 결과를 회신했다.

이씨는 제조사인 A사에 보험 보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A사는 “법률적인 책임은 배터리 회사에 있다”고 했다. A사 대표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터리가 오토바이에 장착된 상태에서 화재가 난 게 아니라 단독으로 충전하다 난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배터리 회사를 상대로 하는데 (저희도) 도의적 책임이 있으니 같이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서울 성동구에서 전기오토바이 배터리 충전 중 발생한 화재가 배터리팩 절연파괴에 따른 발화일 수 있다는 국과수 감정서. 이모씨 제공

지난 9월 서울 성동구에서 전기오토바이 배터리 충전 중 발생한 화재가 배터리팩 절연파괴에 따른 발화일 수 있다는 국과수 감정서. 이모씨 제공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폭발 사고에 대해 일부 제조사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원칙적으로 조립을 하고 상표를 붙여 판매한 주체가 제조물 결함을 책임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씨는 “삼성에서 TV를 샀는데 안의 뭐가 터지면 삼성에다 보상을 요구하지 삼성이 납품받은 곳에 보상을 요구하지 않지 않느냐”고 했다. 배터리 사고 전문가인 김정민 변호사는 “소비자 입장에선 오토바이 브랜드를 보고 구매한 것인데 그런 외부 인식이 (책임 주체가 누군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며 “어떤 판례에선 최종적으로 판매만 했더라도 책임을 물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전기 오토바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17년부터 보조금을 지원해 저렴해진 가격과 기름값보다 싼 충전 비용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기 오토바이 누적 판매대수는 2만6503대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가 전기 오토바이 보급 확대에 급급해 안전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월에는 경기 성남시의 한 다가구주택 1층에 있던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불이 나 일가족 4명이 중상을 입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지금 보급 대수가 많지 않은 데도 화재나 안전사고 같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신산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안전에 대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후관리(AS) 문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중”이라며 “이륜차를 관리하는 관계부처의 동향을 잘 듣고 (해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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