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과 경제 사이 '절충안' 택한 정부…전문가들 "손실보상 동반한 강한 조치 필요"

2021.12.03 18:45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역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역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일 발표한 방역 강화 조치는 확진자 폭증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입까지 겹쳐 비상이 걸린 ‘방역’과,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으로 가까스로 돌아가기 시작한 ‘민생경제’ 사이에서 고심하다 낸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순 없다”고까지 언급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자 결국 거리두기 카드를 한달여 만에 다시 꺼내들게 됐다. 다만 식당·카페 영업시간 제한 같은 강도높은 조치가 빠지고,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대상에서 여전히 제외되는 곳이 많아 유행세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발표된 조치는 사적모임인원 제한과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대로 요약된다. 사적모임제한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기존보다 4명 줄었으며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핵심인 다중이용시설 운영시간 제한이나 집합금지조치는 빠졌다. 당초 논의 과정에서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고 수도권의 사적모임인원도 4명까지 줄이는 등 과거 거리두기 당시 4단계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는 해당 조치가 민생경제에 극심한 피해를 끼칠 것을 우려해 시행을 보류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 상황이 위험하다고 알리는)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기능은 할 것”이라며 “더 강력한 정책을 썼으면 더 강력한 효과가 나오겠지만, 국민들의 수용성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번 조치와 추가접종 조치가 복합적으로 효과를 낼 것”이라며 “그 효과들은 1~2주 정도 뒤부터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유행을 가라앉히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1000~2000명 나왔을 때도 사적 모임인원은 4인 이하로 하고 오후 9시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조치를 취했는데, 이런 조치로 4000~5000명 유행 상황을 막기는 어렵다”며 “결국 이런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일상 회복을 이어갈 시기는 더 멀어지고, 경제적 피해와 의료적 피해가 모두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강화된 방역조치를 적용하는 대상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을 확대하면서 식당과 카페를 비롯해 학원, PC방, 영화관, 독서실·스터디카페 등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오락실이나 백화점, 방문판매 홍보관이나 종교시설 등은 일상에 필수적이거나 시설 특성상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 추이를 보면 확진자와 의심사례 13명 가운데 9명이 백신 미접종자이고 모두 인천의 한 교회 관련 감염·의심 사례로 분류된다. 한 번에 수백명씩 모이는 종교시설을 방역패스에서 제외하는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확실한 방역 조치를 취하기 위해선 손실보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적절한 손실보상이 뒤따른다면 강력한 거리두기를 취하더라도 민생 경제나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오히려 악영향이 덜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 교수는 “일상회복 과정에서 방역을 강화하고 지나가는 시점이 이번이 끝이 아닐텐데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방역조치는 계속 이런 식으로 취해질 수 밖에 없다”며 “피해 받는 사람에 대한 구제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엄 교수도 “집합금지나 영업 시간 제한은 오히려 보상기준도 명확하다”며 “확실히 보상을 해주는 선에서 봉쇄를 통한 차단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위험군의 백신 추가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된다면 현재 조치로도 최소한 유행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봤다. 단 유행 감소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을 경우 영업 시간 제한을 포함한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 반장은 “이후 상황에 따라서 영업시간 제한 등 조치까지도 추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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