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뭐길래?…EBS 올해도 잇단 문해력 기획 선보여

2022.01.24 15:27 입력 2022.01.24 22:48 수정

·동영상 세대 등장 이후 관심 크게 늘어

·‘당신의 문해력’, ‘문해력 유치원’ 이어 성인 대상 방송도 준비 중

EBS가 올해도 ‘문해력’에 관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인다.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당신의 문해력>에 이어 현재 유아 대상 문해력 프로그램 <문해력 유치원>이 방송 중이다.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의 등장 이후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지만, 문해력이 또 하나의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BS가 문해력에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EBS는 상반기 내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도 방영할 예정이다.

EBS <문해력 유치원>의 한 장면. EBS

EBS <문해력 유치원>의 한 장면. EBS

■문해력 저하, 학교 현장이 먼저 알아

문해력(文解力)이란 무엇일까. <문해력 유치원>의 설명을 빌리자면 문해력은 ‘단순히 글이나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서, 이를 통해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이르는 말이다. 이 단어는 지난해 3월 6부작으로 방영된 <당신의 문해력> 이후 크게 화제가 됐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가제(임시로 붙인 제목)’란 단어의 뜻을 몰라서 ‘로브스터(갑각류 가재)’라고 답하는 장면 등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방송에 등장한 학생들은 영어 단어를 외울 때도 한국어 뜻을 몰라서 이를 먼저 찾아봐야 했다.

문해력 시리즈를 연출한 민정홍 PD는 “전작으로 교육 관련 10부작을 했는데, 당시 선생님들이 말하는 고충이 ‘요새 학생들 데리고 수업하기가 힘들다. 단어를 물어보면 전혀 다른 뜻으로 대답하고 교과서를 읽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며 “문해력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고, 취재하면서 해외는 이미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신의 문해력>은 이렇게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포착하며 시작됐다. 방영 이후 큰 반향이 있었고,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사회 곳곳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지난해 한국방송대상 사회공익 TV 작품상을 받았다.

<당신의 문해력>의 한 장면 EBS

<당신의 문해력>의 한 장면 EBS

<당신의 문해력>의 한 장면 EBS

<당신의 문해력>의 한 장면 EBS

■문해력, 또 다른 사교육 우려

사교육계도 문해력에 반응했다. 온라인 도서사이트에서 문해력을 검색하면 관련 도서 수백 건이 쏟아진다. EBS에서 프로그램을 토대로 발매한 책 <당신의 문해력> 외에도 유명 교육업체에서 만든 책들이 눈에 띈다. 문해력 하나에만 집중하는 도서부터 영어와 과학에 문해력을 접목해 만든 도서들도 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한 문해력 학습법’ 같은 식이다. 해당 책들은 ‘중학교 이후 성적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문해력’이라거나 ‘문해력이 부족하면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는 식의 광고 문구를 삽입해 독자를 유혹한다.

민 PD는 이 같은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즈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문해력이 기반이 되어야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사교육에 많이 사용되는 것은 안타깝고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의 문해력>도 결국 해결책은 공교육 안에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데 있었다. 문해력을 높일 교과서를 개발하거나 프로젝트 수업을 만드는 식이었다”며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EBS <문해력 유치원>의 한 장면. EBS

EBS <문해력 유치원>의 한 장면. EBS

■성인 문해력 방송도 곧 시작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문해력 유치원>은 유아 문해력 향상의 적기라고 할 수 있는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프로그램의 전체적 짜임은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연구팀의 설계 아래서 진행한다. <당신의 문해력>에서 제공했던 문해력 향상의 기본인 ‘책 소리 내 읽기’ 외에도 다양한 문해력 향상 해법을 아이들과 함께 실험한다. 아이들의 소근육을 발달시키는 놀이를 하는 식이다. 학습에서도 영상기기를 주로 활용하는 요즘 아이들은 연필로 글씨 쓰는 연습을 하지 않아, 소근육이 발달하지 않고 이에 따라 글씨를 쓰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독해력 등 다양한 인지능력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후속으로 성인 대상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도 제작되고 있다. 성인들도 재취업 공부, 공문서 작성 등 다양한 상황에서 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민 PD는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교수들도 만났는데, ‘대학원생들이 논문을 제대로 읽지 못해 다른 해석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는 고충을 털어 놓았다”며 “나 역시 어떤 때는 무언가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문해력은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능력이라 성인이 되어서도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다. 성인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상반기 중 방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BS가 2년째 문해력 시리즈를 방영 중이지만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원동력은 대중의 관심이다. 민 PD는 “<당신의 문해력> 이후 반응이 좋아 후속까지 할 수 있었다”며 “디지털 미디어가 발전하고 영상 세대가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글자를 기반으로 한 문명에 살고 있다. 내가 운전을 하고 싶거나, 바리스타를 하려고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결국 무언가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춰야 시작할 수 있다. 문해력은 결국 내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라는 면에서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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