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 만의 4% 물가 상승, 충격 줄이는 다각도 대책 마련해야

2022.04.05 20:30 입력 2022.04.05 20:31 수정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4%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한 5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4%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한 5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3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올랐다고 통계청이 5일 밝혔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최근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다가 지난달 4%대로 뛰어올랐다. 석유류가 31.2% 폭등했고,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5.0% 급등했다. 외식비 상승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6.6%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은 실질소득 저하와 구매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저소득층과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이 받을 충격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

물가 상승세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전 세계가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지 않는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심해져 국제 유가와 곡물값이 급등한 탓이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가장 높은 7%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3월 상승률 7.5%를 기록한 유로존 물가는 25년 만에 최고치였다. 터키는 금리정책 실패가 겹치면서 물가 61%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은 수요가 살아나 경기가 회복되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최근 오름세는 이와 다르다.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물가가 오르는 측면이 강하다. 실제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나빠지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모든 산업의 업황실적 BSI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4월 전망 BSI도 역대 최저였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도 2개월 연속 산업생산이 감소세였다. 물가가 오르는데 성장은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는 고용마저 침체할 수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해 다음달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적용하기로 했다. 영업용 화물차와 버스, 연안화물선 등에 대해서는 3개월간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는 일부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할당관세 확대와 농축수산물 수입처 다변화 등의 물가안정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상승하는 물가를 잡기에는 힘이 모자란다.

한은은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인상은 물가 불안 심리를 잡는 효과는 있겠지만, 취약계층에는 치명적이다. 물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줄어든 소비여력이 금리 인상으로 더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이날 내놓은 ‘보통사람 금융생활’ 자료를 보면 가구당 소득이 지난 1년 새 상위 40%는 늘고, 하위 40%는 줄어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높은 물가는 서민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힌다. 이들이 받을 충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물가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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