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 ‘뇌관’으로 떠오른 펠로시 대만 방문…“중국 군사적 대응까지 시사”

2022.07.24 14:48 입력 2022.07.24 16:19 수정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이 미·중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미국에 강력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대해 중국이 비공개적으로 미국 정부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이 보도된 이후 중국 측이 과거보다 훨씬 강력한 불만과 반대 의사를 미국 측에 표명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 측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전했다. FT는 이를 토대로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기 위해 전투기를 동원해 미 군용기를 가로막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FT는 펠로시 의장이 다음달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이후 25년만에 추진되는 것이다. 그동안 미 상·하원 의원들이 몇 차례 대만을 방문한 사례가 있지만 현직 하원의장이 공식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찾는 것은 상징적인 무게감이 다르다. 1997년 빌 클린턴 정부 때 대만을 방문한 하원의장이 야당인 공화당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펠로시 의장은 여당인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행보인 셈이다.

실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 직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에 엄중한 타격을 주고 대만 독립을 꾀하는 분열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며 “중국은 반드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로 인한 일체의 결과는 전적으로 미국 측이 책임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후 관영매체들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2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이미 중국으로부터 극단적인 외교·군사적 조치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역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인한 미·중 관계 악화와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소식통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관리들이 대만해협 긴장 고조를 우려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대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 내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는 중대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 문제는 도발적으로 비쳐질 것이며 중국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는 정부 관리의 말을 전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 간 대화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앞으로 열흘 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뤼샹(呂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좋은 대화를 나누더라도 펠로시 의장이 이번 방문을 강행하면 양국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그 위험과 비용이 엄청나고 판도를 바꾸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대만 방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는 내 여행 계획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고 이는 경호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대만 방문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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