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직제개정안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주요 인사·정책을 총괄하고 경찰위원회 의결 사안의 최종승인권도 쥐도록 행정적 절차를 매듭지은 것이다. 새 지휘규칙엔 경찰이 대통령·총리·장관 지시 이행실적을 보고케 하고, 행안부 장관·경찰청장 정책협의회도 열도록 명시했다. 수사는 지휘규칙에서 빠졌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사회적으로 관심 큰 사건은 수사하라 하겠다”고 예고했다.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를 외청(경찰청)으로 독립시킨 지 31년 만에 정부 내 이중 삼중의 경찰 통제 조직이 부활했다.
국무회의에서는 직제개정안을 대통령령으로, 지휘규칙을 행안부령으로 각각 처리했다. 행안부 장관 업무에서 치안을 제외한 정부조직법을 무시·우회한 ‘시행령 통치’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개정안은 지난 15일 이 장관이 국민 앞에 발표한 지 18일 만인 다음달 2일 공포·시행된다.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단축하고 차관회의·국무회의도 일사천리로 통과한, 유례없는 속도전이다. 학계에서는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경찰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고, 경찰 내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귀 막고 밀어붙이는 정부의 독단과 불통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해 “중대한 국가기강 문란”이라고 규정했다. 지난달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당시의 ‘국기문란’ 발언을 유독 경찰을 향해 다시 꺼낸 것이다. 그러곤 “모든 국민과 저도 (집단행동엔)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들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수사권 조정 방침에 맞설 때 기강 문제로 본 적 없고, 검찰총장 시절엔 외려 독려했다. ‘모든 국민’이 우려한다는 말도 경찰국 반대가 더 높은 다수 여론조사와는 결이 다르다. 31년 전 경찰청 독립은 정권 보위와 민주화운동 탄압에 앞장서고 고문을 일삼은 치안본부 시절의 반성에서 출발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유신·5공 시절의 ‘충견’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경찰의 문제제기를 주무 장관이 쿠데타로 매도한 셈이다. 민주화의 장정이 된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지금도 미완성이고, 정권마다 한발 한발 다져가야 한다.
오는 30일 경찰국 문제를 논의키로 한 경감·경위급 팀장 회의가 14만 전체 경찰 회의로 확대됐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행정 독주를 멈춰야 한다. 수사·정보·자치·대공 업무까지 확대될 경찰 조직은 견제·감시돼야 마땅하지만, 그 방법은 민주적 통제와 사회적 합의를 확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다. 경찰 출신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행안부 장관 탄핵소추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4일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열린다. 국회는 경찰국 사태의 위법·책임 시비를 가려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