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의 갈지자 행보가 점입가경이다. 교육부는 ‘만 5세 취학’에 이어 ‘외국어고(외고) 폐지’ 정책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백지화 방침을 밝혔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발표한 교육정책이 또다시 1주일도 채 못 가 뒤집혔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이 이렇게 혼선을 빚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월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교육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자율형사립고는 유지하되, 외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외고 교장들의 모임인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가 곧바로 반대 입장문을 냈다. 외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당일 오후 교육부는 “외고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을 설득하거나 국민을 상대로 배경 설명을 하는 등의 노력은 없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듯한 교육당국의 태도와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
만 5세 취학을 둘러싼 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부총리는 “국민이 원치 않으면 폐기 가능하다”며 철회 뜻을 밝혔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역시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상윤 교육차관은 인터뷰에서 “당장 폐기할 뜻은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큰 소동을 불러놓고 위아래가 딴소리를 하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결국 박 부총리가 질 수밖에 없다. 박 부총리는 도덕성에서부터 전문성 부족, 그리고 소통 능력 부재까지 무엇 하나 교육 수장으로서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섣부른 정책으로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도 박 부총리는 지금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정책을 설명해 설득할 필요가 있다면 교육 주체들과 부딪치면서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그저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윤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많은 박 부총리 임명을 강행한 데 이어 만 5세 취학과 외고 폐지 업무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지적 없이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제 박 부총리의 신뢰는 회복 불능이다. 휴가에서 복귀하는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 차원에서 박 부총리부터 경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