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9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재석 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단체로 퇴장해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외교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지 이틀 만에 통과시킨 것이다. 국가적 난제가 산적한 전례없는 위기 앞에서 여야가 불필요한 정쟁으로 충돌하다니 답답하다.
민주당의 해임안 통과가 썩 바람직하지는 않다. 외교 실패에 비속어 논란까지 일으킨 윤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자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외교 실패의 궁극적 책임은 윤 대통령과 측근 참모들에게 있다. 게다가 여권은 비속어 논란을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뒤덮기 위해 야당의 해임건의안 강행 통과를 방치·조장한 정황이 뚜렷하다. 여당의 유도에 넘어갔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해임건의안 통과는 윤 대통령 자신과 여당이 자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외교 실패 논란 등에 사과 한마디 했으면 끝날 일이었는데 버텼다. 그 틈에 여권은 “정언유착으로 국익이 훼손됐다”고 억지까지 부렸다. 보도를 한 MBC를 향해선 ‘민영화’까지 언급하며 협박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해임안이 통과되는 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상 외교에 나선 대통령을 향해 마구잡이식 흠집내기를 넘어 저주와 증오를 퍼붓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서 야당이 선택할 길이 없어진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임건의 거부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해임건의안 통과의 정치적 의미와 여권의 부담은 작지 않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박 장관이 국내외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6명의 장관 중 5명을 이전 대통령들이 해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해임건의안 가결로 여야 관계는 한층 더 냉각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점점 더 가팔라지는 물가와 환율 오름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민생 위기가 이미 닥쳐왔다. 이런 위기 대응을 이끌어야 할 대통령과 여당이 자기 위신만 생각하며 정치적 수싸움에만 몰두하니 한심하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외교 실패와 비속어 사용에 직접 사과하고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더 이상 정국 냉각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