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상을 한층 더 위험에 빠뜨린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1년

2023.02.22 20:35 입력 2023.02.22 20:36 수정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은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역전됐고 지난해 말 이후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양국에서 20만명 이상의 군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 피해가 크다. 민간인 피해는 우크라이나가 압도적으로 크다.

전쟁의 성격은 명확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022년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은 무력을 동원한 타국 영토주권의 난폭한 침해로 어떤 명분을 동원하더라도 정당화할 수 없다. 강대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더 작은 나라의 주권을 무시하고 군사력을 동원해 영토를 점령하는 일은 반문명적이다. 미국이 냉전 종식 직후 러시아에 했던 약속을 깨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을 추구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주권침해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러시아로부터 멀어져 서방으로 다가가려는 우크라이나의 결정이 국토를 유린당하고 무고한 생명이 학살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전쟁은 최대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상태로 끝나야 한다.

이 전쟁은 지구촌에도 심대하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곡물과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가 불안해졌다. 약자들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연대가 약화됐다. 임박한 지구환경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퇴출해야 할 석탄화력발전소를 좀 더 부여잡고 있으려는 국가가 늘고 있고, 심지어 에너지 시장에서 비중이 줄어들던 원자력발전에 대한 집착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인들은 이 전쟁이 조속히 종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평화협상에 대한 열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쟁의 끝을 기약하기 어렵다. 더욱 위험한 것은 전 세계에 신냉전적 구도가 강화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수도를 전격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된 무기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튿날 푸틴 대통령은 3년 뒤 종료될 미·러 간 전략핵무기 감축협정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이는 양국 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핵 능력에 대한 제동장치이다. 여기에 중국까지 핵군비 경쟁에 끼어들면서 냉전 때보다 한층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런 신냉전 기류는 북한이 핵 위협을 거듭하는 한반도인들에게도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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