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인사참사’ 두고 대통령실 책임론

2023.02.26 18:00 입력 2023.02.26 18:10 수정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아들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27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문재원 기자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아들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27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문재원 기자

정순신 변호사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취소 사태를 두고 대통령실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자녀의 학교폭력과 징계 수습 과정 중 정 변호사의 2차 가해 논란 등을 제때 인지·검증하지 못하면서 하루 만에 임명이 취소되는 ‘인사 참사’가 발생했다.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 한계를 언급하며 시스템 강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경찰 수사 총괄 책임자에 검찰 출신이 추천된 과정부터 검찰 중심으로 짜인 인사검증 라인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등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현재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합법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정보, 세평 조사를 통해서 이뤄진다”면서 “이번에 공직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잘 찾아보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윤석열 정부 첫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 변호사는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기 개시(26일)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임명이 취소됐다. 미성년 자녀의 징계성 전학 처분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 소송에 법정대리인으로 참여한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검증에서 총체적 허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검증은 통상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을 거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차 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에는 경찰 내에서도 검증이 있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3개 기관이 검증하는 과정에서 자녀 학교폭력 연루 관련 언론 보도, 정 변호사가 법정대리인이 됐던 1·2·3심 판결 등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언론 보도는 ‘익명 보도’라서, 판결은 ‘자녀 관련’ 소송이라서 파악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행법상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나 원·피고 소송은 들여다볼 수 없게 돼 있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2018년) 언론보도에 익명이 나왔기 때문에 경찰 세평 조사에서도 이 부분은 걸러지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에는) 학교 폭력과 관련된 질문이 없다”고 말했다. 3단계 검증에서 본인과 가족이 관련돼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주요 사안이 누락됐다고 시인한 셈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지난해 9월 공개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도 넓은 범위에서는 관련 판결 기재를 포함하고 있다. 이 질문서는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 행정소송 여부’ ‘공개적 이의를 제기하거나 비판이 예상되는 기관 또는 단체’ ‘청문 또는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특이사항’ 등을 기재하도록 한다. 후보자의 기재 여부와 무관하게 검증 기관들이 기재 항목의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국수본부장 임명 취소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인권감독관을 맡으며 함께 일한 사이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 변호사가 경찰 수사 조직 수장인 국수본부장에 지원해 임명되는 과정 곳곳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 변호사의 지원부터, 경찰청장의 단수후보 추천까지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인사 참사의 책임이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실)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모두 검찰 출신”이라며 인사라인 문책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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