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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나경원·김기현 ‘축출’ 국면마다 윤 대통령은 ‘부재 중’

2023.12.14 12:44 입력 2023.12.14 15:00 수정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눈을 감고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눈을 감고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우연일까, 필연일까.

지난 13일 사퇴한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민감한 관계에 있던 여당 핵심 인사들이 ‘정리’된 것은 모두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등 사유로 자리를 비운 시점이었다. 주로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충돌하거나 대통령 국정 지지율 회복을 위해 퇴진 필요성이 언급된 인사가 대상이었다.

김 대표는 13일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그 전날인 12일에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나.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래서 제가 가진 마지막을 내려 놓는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했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출국 전에 김 대표에게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호응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표직은 사퇴해도 불출마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김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표직 사퇴문을 올렸고 불출마는 언급하지 않았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거  22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거 22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올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을 ‘축출’한 사건도 윤 대통령의 부재 중 본격화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14일~21일 6박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빈 방문 및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참석차 순방을 떠났다.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채 저울질하던 시기였다. 윤 대통령은 출국 전날인 13일 나 전 의원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각각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그에 앞서 사의를 표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굳이 대통령이 잘라내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후 그달 17일 나 전 의원이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친윤석열계인 박수영·배현진·유상범·이용 의원 등 여당 초선의원 48명은 같은날 “말로는 대통령을 위한다면서 대통령을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라며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결국 나 전 의원은 그달 25일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그 다음날인 26일 정진석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점심을 함께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의원이 지난 1월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선거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눈을 감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전의원이 지난 1월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선거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눈을 감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낸 과정에도 윤 대통령은 ‘부재중’이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에 대해 그해 7월8일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의결한 이후 같은달 31일 사상 최초의 여당 대표 공백에 따른 비대위 전환 논의가 본격화됐다.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그날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다. 8월5일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는 비대위 전환을 결정했고 9일 전국위원회와 의원총회에 따라 주호영 비대위 출범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그달 1일~5일 여름휴가였다.

윤리위는 두 달 뒤인 9월18일 또 한 번 이 전 대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윤핵관 등을 비판하며 사용한 “양두구육” “신군부” 등 표현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7월8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진술을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7월8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진술을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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