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동성애 죄악시하지 않아” 

‘예수가 사랑한 남자’ 저자 테드 제닝스 서울 한백교회서 강연

“예수는 게이였는가?” 최근 번역 출간된 <예수가 사랑한 남자>(동연)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성경에서 예수의 가슴에 등을 기댄 상태로 말을 건네는, 예수가 사랑한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정작 그 답은 시원히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은 “예수가 게이라 해도 성서가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다”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

저자인 테드 제닝스(사진) 미국 시카고신학대 교수는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퀴어신학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석학이다. 지난 7일 책 출간을 기념해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주관으로 서울 한백교회에서 특강을 연 제닝스 교수는 “성소수자인 GLBT(게이·레즈비언·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이 사회 속, 특히 교회에서 ‘게이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말을 듣고 실제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며 집필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신약성경 전체를 통틀어 단 여섯 구절밖에 안되는 동성애 혐오적 텍스트를 부정하는 데 힘을 쏟지 않는다. 도리어 성경 속에서 동성애적 관계에 대해 호의적인 것으로 해석되는 훨씬 풍부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굳이 에둘러 가는 것은 ‘이것만이 옳고 진리’라고 주장하는 기존의 주류 해석이 범하는 오류를 넘어서기 위함이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지배적 위치에 있는 동성애 혐오적인 해석과 담론은 무너진다.

“예수는 동성애 죄악시하지 않아” 

“놀랍게도 신약성경에서 실제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측은하게 여길지언정 ‘사랑’이라 지칭하지는 않는다.” 제닝스 교수는 성경에서 ‘예수가 사랑한’이라고 표현된 그 남자와의 관계를 성애적으로 읽는 것이 가장 왜곡이 적은, 자연스럽게 읽히는 접근법이라고 주장한다.

“남자친구를 치료해달라고 간청하는 로마군 백부장을 따뜻하게 맞이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예수가 동성애를 죄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경 독해법은 제닝스 교수만의 것도 아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왕조 시대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가,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비슷한 이야기를 내놓는다.

예수는 성소수자들을 공격하는 데 흔히 쓰이는 ‘가족의 가치’도 절대적으로 삼지 않는다. 예수는 그 자신이 “가족으로부터 안정된 지역공동체로부터 떠나 돌아다녔고, 공인된 미치광이들과 평판이 좋지 못한 자들을 만나며 가족들을 거부”했다. 가족이라는 것 자체가 친족들과 타인들 사이의 분리와 차별을 가져오고 이는 소유와 지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닝스 교수는 반문한다. “동성애 혐오를 지지하는 증거의 박약함에 비해, 노예제를 주장할 수 있는 텍스트는 훨씬 더 많다.” 역사적으로 성서는 백인종 우월론, 노예제, 여성차별, 반유대주의를 정당화하고 지키는 보루로 곧잘 쓰여왔다.

그는 “너무나도 많은 경우에 복음은 예수를 멸시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바로 그 정치적·종교적·사회적·문화적 권력에 봉사하기 위한 도구로 쓰여왔으며, 교회는 흔히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들의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반발해 성서를 재해석한 사람들은 노예해방을 위한 아프리카인 중심 신학, 여성해방을 위한 여성신학, 제3세계 인민해방을 위한 해방신학을 낳았다. 퀴어신학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날 강연에는 미셸 카투이라 이주노조 위원장이 참석해 제닝스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트랜스젠더이자 이주노동자로서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그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와 같은 성경의 동성애 혐오적인 내용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물었다. 제닝스 교수는 “성서에 대한 플라톤주의적 해석이 나오기 전에는 소돔과 고모라를 전혀 동성애로 연결시키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셸 위원장은 “강연을 통해 해방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닝스 교수는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지만 그들이 침묵하는 것이 문제”라며 “그 침묵은 기독교 자체가 인간 존엄성의 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며, 성소수자 민중을 혐오와 공포의 메시지를 설파하는 사람들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놔둔다”고 말했다. 그래서 “침묵은 곧 죽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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