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서 끄집어낸 ‘우리 자신’

2017.06.09 19:18 입력 2017.06.09 19:27 수정

기억극장

김은산 글·이갑철 사진 | 아트북스 | 216쪽 | 1만5000원

[이미지 & 텍스트]흑백사진서 끄집어낸 ‘우리 자신’

“분명한 것은 그 순간 사람들은 참고 있던 숨을 토해내고, 침묵하고 있었던 공기가 흔들리고, 벽처럼 딱딱하게 버티고 있던 것들이 깨지고, 닫혀 있던 감정의 문들이 열리고, 각자의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집단의 정념에 몸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때 멎어 있던 역사의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기억극장>의 저자 김은산은 사진작가 이갑철의 1980년대 사진들을 두고 “한국인의 집단적인 기억을 이끌어내는 ‘스틸사진’들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한다. 확실히 이갑철의 사진들은 언어화하기 힘든 공기를 품고 있는데, ‘서울 1987’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또한 그러하다. 경찰과 청년의 실랑이를 기울어진 구도로 포착한 이 흑백사진에는 묘한 정적과 폭발 직전의 긴장이 공존한다. “(사진은) 우리가 버려두고 돌보지 않은 시간, 우리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지만, 그 순간 결코 깨닫지 못했던 이야기들, 바로 우리 자신”을 환기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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