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가짜 주장이 판치는 탈진실 시대…외면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2022.01.07 21:17 입력 2022.01.07 21:18 수정

[책과 삶]가짜 주장이 판치는 탈진실 시대…외면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지식의 헌법
조너선 라우시 지음·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 432쪽 | 2만1000원

지난해 온라인상에선 ‘손가락 논쟁’ ‘설거지론’ 등이 ‘사회적 의제’가 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검증된 이론이나 주장이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발 이야기였으며, 기실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주제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 및 정치권은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치는 없어도, 심지어 사회적으로 나쁜 효과를 불러올지라도 주목을 끌기 때문이다.

조너선 라우시는 <지식의 헌법>에서 현대 사회의 인식론적 위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지식의 헌법’이란 헌법처럼 사회적 행위와 생각을 기초하는 지식을 추구하기 위한 핵심 가치다. 진리 추구의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과 애초에 오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진리를 추구하려는 일체의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시대는 명백히 후자로 향하고 있다. 믿고 싶은 것을 믿는 ‘부족적 진실’이 사실에 우선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선동적인 이야기들이 판친다. ‘우파’는 음모론, 선동적 거짓말을 던져대고, ‘좌파’는 사이버불링, 캔슬 문화(cancel culture)를 통해 사회적 표현의 영역을 좁혀간다.

저자는 ‘지식의 헌법’에 기초한 책임 있는 지식의 네트워크를 통해 탈진실 시대의 진실 추구가 필요하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전체주의 통치의 이상적인 대상은 …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말이 있다. 도발적이고 엉터리인 의견에 대해 관심을 주는 대신 무시하라는 전략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세계는 ‘먹이’와 ‘먹이 사냥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지식의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적 감시 체제 및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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