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최종 후보 오른 황석영 “이번에 받고 노벨상까지”

2024.04.17 16:57 입력 2024.04.17 21:44 수정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부커상 최종후보에

‘600년 된 나무 이야기’ 등 차기작 3편 구상 중

“근대성 극복과 수용이 작가로서 사명”

황석영 작가가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후보 선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황석영 작가가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후보 선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번에도 받고 (차기작) ‘할매’로 노벨상을 한 번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황석영 작가(81)는 17일 서울 서교동 창비 50주년홀에서 열린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선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창비)가 최종후보에 오른 소감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1998년 이후 10여 차례 국제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거 같은데, 내 타이밍은 끝난 줄 알았어요. 요새 평균수명이 늘어서 타이밍이 좀 연장된 거 아닌가 싶은데, 누군가가 욕망에 서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전에는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철도원 삼대>는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관통하는 작품으로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 황석영 작가는 “영등포에서 지냈던 유년시절을 다뤘기 때문에 오래만에 신나게 썼던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옛날 같으면 장길산 정도의 기준(분량)은 써야 기본적인 서사가 나올텐데…(못썼다)”라며 아쉬워했다. “만약 주인공이 만주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썼다면 최소한 5권짜리 소설이 됐을 거다. 그럼 큰일 난다.(웃음)”

후속작 계획도 밝혔다. 준비 중인 작품은 사람들이 모두 쫓겨나고 마을 빈터에 남은 600년 된 나무 이야기로, 제목은 ‘할매’로 정했다. 올해 가을까지는 여기에 전념할 생각이다. 다음 작품으로는 홍범도 장군의 말년과 ‘연변 15만원 탈취 사건’을 엮은 이야기를 집필할 계획이다. 문성근 배우가 술자리에 5촌 당숙의 것이라며 노트 한 권을 들고 나온 것이 모티브가 됐다. 황 작가에 따르면 노트의 주인공은 1920년 연변 청년들이 독립군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5만원을 탈취한 ‘간도 15만원 탈취 사건’의 당사자다. 황 작가는 “시간차가 있지만 홍범도 장군의 말년과 지금 막 사건을 저지른 20대 초반 청년의 3년간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써 보려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작품으로는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이 도망을 다녔던 35년 동안의 이야기를 계획하고 있다.

황 작가는 훗날 자신이 “근대의 극복과 수용을 자기의 일감이나 사명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다 죽은 사람으로 규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세계가 근대를 극복하지 못했는데, 동아시아는 더합니다. 일본은 근대를 극복했다고 하면서도 천황제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뒤섞인 근대적 사회실험을 지금도 하고 있죠. 한국은 근대적 민족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분단체제고요. 동아시아 전체가 그러한데 나도 결국 근대를 극복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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