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지금 나이, 연기하기 참 좋은 때… 작품 많이 하고 싶다”

2013.03.06 21:46

배우 한석규(49·사진)는 인터뷰에 쉽게 응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배우의 연기는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새 영화 <파파로티> 개봉을 앞둔 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인터뷰 때문에 의상을 따로 챙겨 입는 게 어색하다는 한석규는 편안한 점퍼 차림에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그러나 말을 할 때는 엄격하고 신중했다. 질문에 답할 때 적당한 단어를 골라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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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데 인터뷰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인터뷰를 많이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관객과 친숙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를 통해 젊은 관객(시청자)들과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소통한 것 같다. 배우로선 그게 더 중요하다. 만약 연기 외에 다른 것으로 소통하려 했다면 분명히 부작용이 있었을 거다. 내 캐릭터가 원래 이러니까 그냥 가는 거지 뭐(웃음).”

- 1월 개봉된 <베를린>은 700만 관객을 넘었고 <파파로티>는 개봉을 앞뒀는데,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나.

“<베를린>에서는 북한군과 얽히는 국정원 요원을 맡았는데, 남북 소재에 특히 끌리는 것 같다. 어떤 장르든 남북 소재는 또 해보고 싶다. <파파로티> 초고는 3년 전쯤 받았다. <소름>을 인상 깊게 봐서 윤종찬 감독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제자를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에 끌렸다. 소재에 음악이 들어가 있는 점도 좋고…. 처음엔 내가 맡은 ‘상진’이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 인물이었다. 난 완벽한 서울 토박이다. 사투리를 배워서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없었다. 인생에 실패한 서울놈이 시골에 내려가는 설정으로 하자고 했다. <베를린>에선 영어 대사가 많아 준비를 많이 했다. 상대 배우의 대사를 다 외워놨는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상대의 말을 즉각 이해하지 못하니 리액션을 못했다. 말이라는 게 참 어렵다.”

한석규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그’라는 대명사였다. “그게 그러니까” “그건 아니다” “그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는 식이다.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게 그런 거죠, 뭐”라며 특유의 웃음소리를 냈다.

- 류승완 감독은 한석규씨가 연기하는 것 자체를 모를 정도로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다고 표현하더라.

“그렇지 않다. 몰입하는 순간을 자주 겪어보지 못했지만 뭘 하는지 모르고 연기하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완전히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연기하는 걸 객관적으로 느끼는 게 좋은 연기 같다. 어떻게 연기하는지 계산하면 그건 ‘꽝’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잘할 때가 많지도 않은데, 그래서 약 올라 죽겠다(웃음). 늘 한계를 느끼고 왜 이것밖에 안되나 고민한다.”

- 가장 고민하면서 연기한 작품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가 가장 힘들었다. 33살에 찍었는데 어떻게 하면 연기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일까 고민했다. 그 정도로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다. 연기를 안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하게 되더라. 아주 환장할 일이었다. 모든 스태프들이 그랬다. 고 유영길 촬영감독(1998년 작고)은 마루에서 발톱 깎는 신을 찍을 때 언제 광선이 제일 좋은지 며칠 동안 관찰했다. 오후 3시20분이 제일 좋다고 해서 그때 촬영했다. 비 오는 장면은 비가 오는 날 찍었다. 지금도 화면을 보면 눅눅하다.”

- 연기에 대한 고민은 현재도 진행 중인가.

“몸도 정신도 달라지니까 완성되는 게 없다. 남자는 45세에 육체적·정신적인 밸런스가 일치하는 것 같다. 지금이 연기하기 참 좋은 때라고 느껴진다.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앞으로의 연기 활동 계획은.

“한 라운드 끝내고 두 번째 라운드에 섰다고 생각한다. 골프로 치면 첫 번째 라운드의 마지막 18번홀이 <이층의 악당>(2010)이었다. <닥터봉>(1995), <은행나무 침대>(1995) 때 너무 테크닉적인 내 연기가 징글징글했다. 그땐 관객의 반응까지 계산했다. 좋게 말하면 정교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작위적이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연기를 더 깊게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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