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소년의 뜨거운 성장기···김연수 소설 원작 뮤지컬 ‘원더보이’

2022.08.24 11:15 입력 2022.08.24 19:43 수정

김연수 동명 장편소설 원작 창작 뮤지컬

서울시뮤지컬단 신작…8월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판타지 요소에 1980년대 국가폭력 담아내

김연수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원더보이>의 한 장면.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김연수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원더보이>의 한 장면.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1984년, 10대 소년 정훈은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아버지와 집으로 돌아가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우주의 모든 별들이 운행을 멈췄던 순간” 정신을 잃은 정훈은 혼수상태에서 일주일 만에 깨어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깨어난 정훈을 기적의 ‘원더보이’라고 부른다.

그를 ‘원더보이’로 만든 권 대령은 정훈에게 “군은 이제 국민 모두에게 희망의 마스코트”라고 말한다. “대통령 각하 내외분을 비롯한 각계각층 모든 국민들의 간절한 기원에 힘입어” 깨어난 기적의 소년. “말하자면, 호돌이 같은” 희망의 상징.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버지는 용감하게 남파 간첩의 차량을 향해 돌진한 애국지사가 되어 있었다. 급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 정훈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사고 이후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초능력이 생겨버린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원더보이>는 김연수의 동명 소설(2012)을 원작으로 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이다. 성재현(극본), 박윤솔(작곡), 박준영(연출) 등 신진 창작진이 2년간의 개발 과정 끝에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정훈은 타인의 속마음이 들리고, 물건을 만지면 그 주인의 과거가 보이는 능력을 갖게 된다. 정훈은 국가폭력이 자행되는 공간인 ‘재능개발연구소’에서 취조당하는 이들의 마음을 읽는 일에 동원된다. 이곳에서 가까스로 도망쳐나온 정훈은 자신과 닮은 ‘강토 형’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공연은 1980년대 억압적인 시대상을 배경으로 초능력을 갖게 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다. 세상 밖으로 나온 정훈은 새로운 희망을 갖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지닌 초능력은 점차 희미해진다. <원더보이>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이 작품은 초능력을 가진 원더보이에 대한 이야기지만, 아이러니하게 소년은 초능력을 잃음으로써 다른 가치를 획득하고 성장한다”면서 “이 작품은 초능력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공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연 전반부에 판타지적 설정이 두드러진다면, 후반부는 정훈이 초능력 없이도 타인의 마음을 느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그린다. 어두운 시대 속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지닌 인물들의 사연도 후반부에 이르러 드러난다. 인물들의 마음속 요동치는 감정은 대사보다 노래와 음악으로 담아냈다. 다만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채 격앙된 감정으로 숨가쁘게 내달리는 공연 후반부는 완급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꼭꼭 숨어라’ ‘우리 집에 왜 왔니’ 등 익숙한 동요들이 뮤지컬 넘버 속에 녹아들었다. 초능력자들이 동원된 재능개발연구소의 기이하면서도 동화적인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마지막 넘버인 ‘우주의 모든 별들이 운행을 멈췄던 순간을 기억하며’에선 등장인물들이 손을 잡고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별처럼 특별한 존재임을 노래한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과 객원 배우들이 함께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뮤지컬단 소속 김범준과 배우 이휘종이 주인공 정훈 역을 번갈아 맡는다. 시대의 희생양이 된 연인을 잊지 못하는 인물 강토는 박란주와 이혜란이 맡았다. 비상한 암기력을 지닌 천재였지만 억울한 운명을 맞는 수형은 배우 김지철이 연기한다. 8월27일까지.

뮤지컬 <원더보이>의 한 장면.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뮤지컬 <원더보이>의 한 장면.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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