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트로트 독일인 로미나 “한국 가요 가수로 데뷔해요”

2014.06.24 21:19
박효재·사진 김창길 기자

이미자 전국투어 무대 참여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는데 남북 분단 남일 같지 않죠”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 말탄 님 따라서 시집가던 길. 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곱게 피어 있던 길. 한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최근 만난 독일인 트로트 가수 로미나(28·사진)는 이미자씨의 ‘아씨’를 구성지게 불러 젖혔다. 로미나는 독일인 아버지와 헝가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순수 외국인이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이해하며 남북 분단의 아픔까지 공감할 줄 알았다.

“한국인들은 역사적으로 외침도 많이 겪고, 일본 식민지 지배도 받으면서 참아야 할 일이 많았어요. 특히 한 나라가 남과 북으로 갈려 있는 현실은 참 슬프죠. 이산가족이 만나는 장면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제가 3살 때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는데 지금도 그때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남일 같지가 않죠.”

감성 트로트 독일인 로미나 “한국 가요 가수로 데뷔해요”

슬프고 한편으로 아름다운 트로트에 끌렸다는 그는 현재 이미자씨의 데뷔 55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 게스트로 매회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로미나는 올 초 이씨의 ‘동백아가씨’를 기타 치며 부르는 모습을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10일에는 KBS <가요무대>에서 이씨의 ‘아씨’를 불러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매주 <가요무대>를 모니터링하는 이씨는 매니저를 통해 로미나에게 무대에 서달라는 제안을 했다. 지난 5월3일 청주 공연 때부터 게스트로 나선 로미나는 오는 28일 경기 부천 공연을 끝으로 상반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9월부터 재개되는 이씨의 전국투어 일정에 다시 참여할 예정이다.

로미나의 어렸을 적 꿈은 탐험가였다. 골동품 연구와 수집을 업으로 삼았던 부모의 영향으로 로미나는 어렸을 적부터 자기가 살고 있는 반대편 세상인 동양문화에 눈뜨게 되었다. 그는 워낙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연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집에 있었던 고려청자의 푸르스름한 빛깔과 곡선이 참 고왔다고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로미나는 “뭔가 나와 다른 것에 끌리고 한곳에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이라 탐험가를 꿈꿨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싶었던 로미나는 대사관 직원을 목표로 외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독일 함부르크대학교에서 동양학을 전공한 그는 2006년 중국 베이징어언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중국어를 공부했다. 2009년에는 한국외국어대 한국어 전공 교환학생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2년 전 한국인 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들은 이미자씨의 ‘동백아가씨’는 로미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이미자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부르는 노래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미나는 그때부터 트로트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트로트뿐만 아니라 민요와 옛 가곡 등 한국 전통가요의 계보를 훑으며 가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주현미, 심수봉씨의 처연한 트로트, 민요 ‘한오백년’과 홍난파 작사·작곡의 가곡 ‘봉선화’를 따라 부르며 행복했다는 그는 정식 가수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샹송 느낌이 묻어나는 트로트 곡을 7월에 싱글로 발표할 생각이에요.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평양에 가서 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전 세계를 누비며 트로트, 민요 등 한국 전통가요의 매력을 알리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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