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교수 “‘제국의 위안부’ 소송, 할머니 아니라 주변인들 일으킨 소송”

2022.08.31 11:46 입력 2022.09.04 10:33 수정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 소송 관련 현황과 한일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성동훈 기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 소송 관련 현황과 한일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성동훈 기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 소송이 위안부 할머니가 아니라 주변인들이 일으킨 소송”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 소송 관련 현황과 한일 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을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고 ‘고소·고발이 책 발간 10개월 지나 진행된 점’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연) 고발 검토’ 등을 근거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책 발간 뒤 10개월 동안) 저를 둘러싼 변화는 ‘나눔의 집’에 거주하시던 한 위안부 할머니와 친해졌다는 사실밖에 없다. 그런 저를 나눔의 집 소장이 경계했고, 책 검토를 의뢰받은 한 변호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을 시켜 <제국의 위안부>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무려 109곳을 삭제해야 한다면서 (2014년 6월16일) 형사, 민사, 그리고 판매금지 등 가처분신청, 이 세 가지 소송을 건 것”이라고 했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31일 ‘<제국의 위안부> 소송 관련 현황과 한일 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회견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종목 기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31일 ‘<제국의 위안부> 소송 관련 현황과 한일 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회견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종목 기자

박 교수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고발을 검토했었다는 사실을 훗날 알게 됐다”고도 했다. 이어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씨가 상의했다는 전 민변 회장 정연순 변호사는 <제국의 위안부>가 ‘정대협에 대한 명예훼손’(2015년 12월31일 페이스북)이라고 명확히 말하고 있다”며 “(이 말이 보여주는 것처럼)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가 아닌 지원단체를 비판한 책이라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관계자들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1명은 2014년 6월 박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검찰은 2016년 11월 기소했다. 박 교수는 형사 1심에서 승소(무죄 판결)하고, 2심 패소(유죄 판결)했다. 박 교수는 “당시 판결 요지를 말하자면 ‘박유하가 위안부를 매춘부라 한 건 아니지만, 독자들이 그렇게 읽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독자의 독해력에 대한 책임이 저자에게 씌워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2017년 상고했다. 박 교수는 “대법원 계류 세월만도 곧 5년이 된다. 이대로 가면 10년을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늘 이 회견을 하게 됐다”고 했다.

박 교수는 책 취지에 관해 “조선인 위안부는 식민지 지배가 만든 존재다. <제국의 위안부>에서 그 사실을 지적했다. ‘제국의 위안부’란, 제국에 동원당한 위안부라는 의미”라고 했다. 위안부 문제를 두고 나온 ‘전쟁범죄’ 규정에 대한 반론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는 전쟁범죄가 성립될 수 있는 교전국이 아니라 엄연히 종주국-식민지 관계였다”고 했다. 북한의 “독립투쟁을 바탕으로 국가를 만들었다는 자기인식”을 한국이 이어받은 것이라고 했다.

‘강제연행’ 문제를 두고는 “강제연행을 부정하지 않았다. ‘공적으로는’ 강제연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일본인 진보학자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교수의 논문을 예로 들며 “‘일본 군부에 의한 직접, 그리고 계획적인’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말한다. 학계에서도 더이상 강제연행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교수는 관계자들이 ‘제국에 동원된 위안부’를 오랫동안 말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전쟁범죄로서의 강조가 훨씬 자극적이고, 무엇보다 ‘강제연행=불법’이라야 이른바 배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안부를 둘러싼 일본군의 행위를 강제연행, 학살로 이해한 법률가들이 이 문제를 전쟁범죄로 간주하고, 전쟁범죄를 처벌한 뉘른베르크 재판과 도쿄 재판을 참고하며 대응책을 강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죄와 반성과 기억은 ‘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설사 ‘배상’ 받는다 해도 상대가 납득하지 않는 배상이 기억의 계승으로 이어질 리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일관계 개선은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 전환이 있어야만 가능해질 것”이라며 “제가 일본을 향해 위안부 문제에 관해 ‘사죄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써왔던 이유도 하다. <제국의 위안부> 역시 그런 책”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신간 <역사와 마주하기>(뿌리와이파리)는 징용 문제를 다룬다고 했다. 그는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우려되고 있지만, 징용은 국가가 주도한 것이다. 징용은 준징병 같은 것이었고, 조선인도 기업의 노동자를 넘어 ‘신민’으로서 동원되어 국가를 위해 일할 것이 요구됐다”고 했다. 그는 “원래 일본과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은 국가가 대상이었다. 패소로 끝났기 때문에 대상을 기업으로 바꾼 것이지만, 그런 식의 대응은 징용이라는 사태의 본질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은 박 교수 정년 퇴직일이다. 박 교수는 “(고소·고발 이후) 8년 동안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부정했다거나 위안부 할머니를 폄훼했다는 등, 제 기억에 없는 일로 비난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며 “정년을 맞게 된 오늘까지도 책은 법정에 갇혀 있고 제가 아직 ‘피고인’ 신분을 벗지 못한 건 그런 비난들 때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자신을 학자로 소개한 시민이 <제국의 위안부> 책 내용과 기자회견 취지 등을 두고 10여 분간 항의했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31일 개최한  ‘<제국의 위안부> 소송 관련 현황과 한일 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장 . 오른쪽은 출판사 뿌리와 이파리 정종수 대표.  김종목 기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31일 개최한 ‘<제국의 위안부> 소송 관련 현황과 한일 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장 . 오른쪽은 출판사 뿌리와 이파리 정종수 대표.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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