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개콘’…개편 승부수 띄웠지만 무딘 풍자·식상함에 ‘웃음’ 시원찮네

2019.09.02 21:01 입력 2019.09.02 21:02 수정

“쇄신했지만 안 웃기는 게 문제…‘공개 코미디’ 틀 깨는 고민해야”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는 2주간의 정비기간까지 거치며 코너를 개편했다. 그러나 시청률은 더 떨어졌다. 사진은 개편과 함께 선보인 새 코너 ‘국제 유치원’의 한 장면.    KBS 제공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는 2주간의 정비기간까지 거치며 코너를 개편했다. 그러나 시청률은 더 떨어졌다. 사진은 개편과 함께 선보인 새 코너 ‘국제 유치원’의 한 장면. KBS 제공

개편 한 달을 앞둔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KBS 2TV <개그콘서트>의 성적표가 시원찮다. 2주의 정비 기간을 거쳐 선보인 1010회(5.4%), 1011회(6.1%), 1012회(5.6%), 1013회(5.3%) 시청률은 6~7%대를 오가던 개편 전 시청률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공개 코미디라는 장르가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한국 코미디의 새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1일 개편 첫회를 선보인 <개그콘서트>는 한동안 사라졌던 풍자 개그를 부활시켰다. 한국·미국·중국·일본 어린이로 분장해 국제 정치 상황을 풍자하는 ‘국제 유치원’ 코너가 대표적이다. 미국 어린이가 물놀이 사진이라며 ‘미국 해군 함정’ 사진을 꺼내들자 북한 어린이와 중국 어린이가 일어나 손사래를 치며 항의한다. 끝말잇기를 하던 북한 어린이가 학교를 ‘핵교’라고 발음하자 어린이들이 일동 긴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무뎌도 너무 무딘 풍자의 날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풍자의 본질인 날카로운 비판정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 어린이는 무조건 ‘사과(하기) 싫어’를 외치고, 한국 어린이는 과일 배를 꺼내자 “아 배(아베) 싫어”라고 하는 등 1차원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청자 김민석씨(27)는 “풍자 개그라고 하면 속이 시원해야 하는데, 단순히 역할극을 보는 기분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새 코너들의 식상함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명 ‘아재 개그’를 소재로 배틀을 펼치는 포맷의 ‘쇼미더 아재’ 코너는 “웃음의 다양화와 포맷의 변화가 개편의 포인트”라고 말한 박형근 PD의 포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개그맨 최국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재미없는 개그를 두고 핀잔주는 게 ‘아재 개그’인데, 대한민국 최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하는 게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오히려 개편을 맞아 돌아온 전설적인 코너 ‘생활사투리’가 호평을 받으며 ‘구관이 명관’이라는 뼈아픈 평도 나왔다.

<개그콘서트>가 2주 결방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하면서까지 개편을 시도한 건 ‘공개 코미디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개그콘서트>는 현재 지상파에 남은 유일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MBC와 SBS는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일찌감치 코미디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한때 20% 시청률을 웃돌던 <개그콘서트>마저 부진을 겪으면서 한국 코미디 전반에 위기가 닥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한 개그맨 지망생은 “전 방송사를 통틀어 현재 개그맨 공개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KBS 한 곳”이라며 “개그맨 지망생들이 KBS와 <개그콘서트>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고 했다.

평론가들은 <개그콘서트> 개편을 계기로 한국 코미디의 현실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 안 웃기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개편을 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선뜻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한국 코미디의 역량이 대중이 원하는 데 미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의 위기가 공개 코미디의 한계에 따른 것이라면 아예 틀을 깨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며 “공개 코미디의 한계를 넘어 방송사들이 개그맨을 어떻게 활용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느냐 하는 다른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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