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 외치더니 더 써라?…‘원전’ 명분 쌓나

2015.06.22 21:37 입력 2015.06.23 02:03 수정

2차 에너지기본계획 ‘뒤집기’

수혜 대상 서민층과 거리 멀어

감소 추세인 전력수요 증가율

과소비 부추겨 ‘역전’ 노린 듯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전기요금 부담 경감방안’은 여름철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해 가정의 요금 부담을 줄이고 중견·중소기업이 사용하는 토요일 전기요금을 반값으로 낮추는 것으로 요약된다.

경기침체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따른 타개책이지만 정책효과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보다는 전기 과소비를 유도해 원전 등 발전소 추가 건설의 명분을 마련하려는 저의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이 커진다.

이번 전기요금 인하 대상은 월 전력소비량이 301~600kwh(전기요금 4만7260~21만7350원)인 소비자들이다. 지난해 8월 기준 가정용 평균 전력사용량이 251kwh(전기요금 3만3920원)인 점에서 본다면 “서민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정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제남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기준 전력소비량이 월 301~600kwh인 가구는 전체(2162만가구)의 29.9%인 647만가구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인하 대상은 전력사용량이 많은 중산층 이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뉴스분석-전기요금 인하]‘절전’ 외치더니 더 써라?…‘원전’ 명분 쌓나 이미지 크게 보기

더 큰 문제는 전기요금 인하가 전력 과소비를 인위적으로 부추긴다는 점이다. 저성장, 수출 부진 등으로 최근 전력수요 증가율은 둔화됐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전력판매량 증가율도 2013년 1.8%에서 지난해 0.6%로 급감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8일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해부터 2029년까지 전력수요가 매년 2.2%씩 늘고, 동·하계 최대 전력소비량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등에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가뜩이나 발전소 4분의 1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추가로 발전소를 지으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전기요금을 내리면 여름철 최대 전력소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녹색당이 “여름철 전기소비를 높여 오히려 하계피크를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원전 증설이라는 시나리오와 일치한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지난해 산업부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와 유류에 대한 가격 조정을 통해 전기수요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이 기름값보다 싸다보니 기름 대신 전기를 쓰는 ‘전력화’현상이 심화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기요금을 앞으로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기요금 인하로 에너지기본계획은 1년도 안돼 뒤집어진 셈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하방안으로 동·하계 전력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그간 시행돼 왔던 계절별·시간별 요금제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크다.

정책 비용은 한국전력이 고스란히 부담한다. 산업부는 “한전의 올 1분기 순이익이 1조2231억원을 기록해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으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한다고 하지만 중유가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다. ‘공기업 정상화’를 추진한다면서 자회사를 팔고, 사원 복지를 축소하는 등 부채감축을 강요해온 한전에 전기요금 인하 비용을 떠맡으라고 한 셈이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국가 에너지정책이 일관성 없이 바뀌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결국 전력 수요를 일부러 늘리면서 원전 추가 건설의 명분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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