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노동 독주’ 브레이크 풀렸다

2015.09.15 01:01 입력 2015.09.15 07:11 수정

정부·여당 “구조 개편 가속도”… 한국노총 중집서 합의안 승인

민노총 “노사정 야합…총파업”… 전문가 “정부 일방추진 길 열려”

정부와 새누리당이 노사정 합의안을 뒷받침할 ‘5대 입법’을 조기 발의하기로 하고,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는 산별노조 위원장이 분신을 시도하는 극심한 진통 끝에 표결로 합의안을 추인했다. 노사정이 노동시장 구조개편 추진을 위한 승인 절차를 마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노사정 대타협이 외환위기 후 18년 만에 ‘쉬운 해고’ 등으로 노동시장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변곡점이 될 수 있고, 합의안에는 노동계의 견제장치가 취약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14일 중집을 열고 전날 노사정 대표자들이 합의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중집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하면서 회의는 한 시간 이상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김 위원장의 극단적인 행동은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두 쟁점을 정부가 행정지침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데 대해 반발하며 일어났다. 민주노총은 이날 비상 중집을 열고 노동시장 대타협에 맞설 총파업을 조직하겠다는 계획을 의결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기업 마음대로 쉽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 도입 등을 승인한 최악의 야합을 대타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회의를 열고 근로기준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16일 의원총회를 거쳐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5대 입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노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양보와 타협을 통해 나라를 살리는 데 앞길을 연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이번 대타협이 청년실업 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정·청이 입법 추진에 나선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노동계에선 한국노총이 ‘약속어음’만 받고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드라이브에 들러리만 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의문에는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두 쟁점에 대한 행정지침을 만들 때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돼 있다. 협의라는 표현은 합의·동의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협의 끝에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는 셈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이 근로관행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연구·사무관리직 등을 해고할 수 있는 길과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 가장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에 한국노총이 합의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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