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에 12조원 수혈

산은·수은, 조직 축소·급여 삭감 ‘고통 분담’ ‘관치’ 근본적인 처방도 없는 ‘보여주기’ 지적

2016.06.09 00:23 입력 2016.06.09 00:24 수정

국책은행도 구조조정

정부가 부실기업 관리 소홀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계획에 따라 구조조정 ‘실탄’을 얻게 된 만큼 인력과 조직을 축소해 고통분담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치’로 요약되는 의사결정 과정의 폐해를 근절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근본 대책 없이 조직과 급여만 줄이는 것은 ‘보여주기식 쇄신’이란 지적도 나온다.

8일 정부가 발표한 국책은행 쇄신안의 핵심은 ‘몸집 줄이기’와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 근절’로 요약된다. 우선 퇴직 임직원의 자회사 낙하산 취업을 막기 위해 산은과 수은의 임직원은 계열 비금융회사 및 구조조정 유관기업 취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취업 심사를 거쳐야만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해진다.

산은은 올해 임원 연봉을 전년 대비 5% 삭감하고 전 직원이 올해 임금인상분을 반납한다. 경상경비도 내년도 예산안 편성 시 3% 삭감할 예정이다. 2021년까지 현재 정원(3193명)의 10%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10명인 부행장도 9명으로 축소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자회사 매각도 속도를 낸다. 산은이 거느린 132개 비금융출자회사 중 올해 46곳을 매각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44개, 2018년에는 42곳을 파는 것이 목표다. 다만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구조조정 부문의 조직과 인력은 확대한다. 회장 직속 ‘기업 구조조정 특별 보좌단’을 신설해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수은도 산은과 비슷한 수준의 자구안을 내놨다. 임금 삭감은 산은과 같은 수준으로 이뤄지며 정원은 5년 내 5% 감축하고 부행장급도 2명 줄이기로 했다. 2개 본부와 국내 지점·출장소를 30% 줄이는 등 몸집을 축소하는 반면, 구조조정 인력은 추가 보강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 구조조정 전문위원회 및 외부 자문단을 신설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방위적이고 강도 높은 자구계획”이라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러나 쇄신안은 정치외풍에 휘둘려온 국책은행의 근본적인 문제에는 손을 대지 않아 추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이 과연 산은에만 있느냐”면서 “의사결정을 주도한 금융관료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책은행을) 희생양으로 만든 측면이 있다. 산은 자체의 자구노력도 중요하지만 금융관료들의 책임을 묻는 작업이 생략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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