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구조조정 계획

‘부실경영 주체’ 대주주들은 고통 분담 외면

2016.06.09 00:18 입력 2016.06.09 00:19 수정

책임 물을 방안 없어 형평성 논란…이재용 등 지원 동참 요구

정부가 8일 마련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계획에는 기업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책은행의 인력·조직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됐지만 정작 부실경영 주체에 책임을 묻는 방안은 없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문제가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단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그동안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통해 1조원을 지원했지만 불황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독자적으로 극복하기 어렵게 됐다”며 한진 측이 자율협약을 신청하자 경영진과 고통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내놓은 요구였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업황이 나빠 경영이 악화된 것이고, 조 회장은 2년 전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맡아 ‘지원군’ 역할을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책임까지 지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가 유동성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정부는 채권단을 통해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에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출자를 요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2014년 조 회장에게 회사를 넘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이날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해 10억원의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전 회장은 2014~2015년 회사가 1조1747억원의 순손실을 냈을 때도 퇴직금과 보수로 97억원을 받아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채권단은 삼성중공업의 자구안 확정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17.62%를 보유한 삼성전자이고, 삼성생명·삼성전기·삼성SDI 등 계열사 전체의 지분율은 24%나 된다. 최종 자구안에는 계열사의 유상증자 방안이 포함돼 삼성그룹 차원에서 지원할 여지를 남기긴 했으나, 계열사를 동원하기보다 이 부회장과 지배주주 일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 관계자는 “자본력이 충분하고 수주잔량도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 이재용 부회장의 자금 출자는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 1분기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일감 부족에 대비해 3조원이 넘는 자구안을 마련한 현대중공업 역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책임 분담 요구가 나온다. 현대중공업노조에 따르면 정 이사장이 2004~2013년 10년간 현대중공업을 통해 배당받은 금액만 3000억원 가까이 된다. 회사 측은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인 그에게 고통 분담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정 이사장이 ‘실질적 오너’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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