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M만 제거하면 광우병 소 먹어도 된다는 황당한 정부

2012.04.27 21:34 입력 2012.04.27 23:31 수정
오창민·김다슬·김지환 기자

광우병 안전성 4가지 논거별 분석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측 이야기를 들어보니 30개월 이상의 젖소에서 나온 비정형 광우병이었다”며 “한국은 30개월 미만만 수입하고 있으므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젖소를 식용으로 수입하지 않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은 30개월 미만 어린 소의 고기만을 들여오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같은 날 “정형 광우병이나 비정형 광우병 여부와 관계없이 뇌 등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안전하다”는 내용의 ‘미국산 소 광우병 관련 Q&A’ 자료를 배포했다.

정부 설명만 들어보면, 국민들의 우려는 한낱 기우처럼 들린다.

그러나 미국은 광우병에 걸린 소 전체를 동물사료금지물질(CMPAF)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사료로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광우병 소를 한국의 농식품부는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먹어도 안전하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검역을 강화했다고 해도 수입 물량의 50%는 검역 과정 없이 마트 등에서 팔리고 있다. 가공품은 아예 검역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전문가들은 30개월 미만 소라도 광우병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비정형 광우병이라도 인체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b>미국산에 등 돌린 시민들</b> 2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대 앞이 한산하다. | 연합뉴스

미국산에 등 돌린 시민들 2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대 앞이 한산하다. | 연합뉴스

(1) ‘수입 젖소 없다’는데, 실제로는 수입

지금까지 발병한 광우병 소들 중에서는 젖소가 많았다. 미국에서 2003년 발생해 한국이 수입금지 조치한 사례도 젖소였고, 캐나다의 광우병 발병 18건 가운데 10건이 젖소였다. 일본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도 젖소였다. 이번 건 역시 젖소다. 이를 감안한 듯 농식품부는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 중 젖소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젖소 자체가 수입 금지된 것은 아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번식용 미국 젖소는 2008년 2t, 2009년 3t, 2010년 2t, 2011년 4t 등 매년 꾸준히 수입되고 있다. 번식용 젖소는 매년 시장접근물량(1067마리)을 무관세로 도입할 수 있다.

젖소를 도축하면 육우로 팔리고, 수출입 때 품종별로 구분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미국산 분쇄육, 가공육 등도 수입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사실상 젖소가 안 들어왔다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한국의 수입위생조건 어디에도 ‘젖소는 수입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며 “미국에서도 젖소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한국에도 30개월 미만의 불임, 거세 수소 등이 식용으로 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2) 비정형 광우병, 변화하면 인간 전염

농식품부는 이번에 발병한 ‘비정형 광우병’은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소가 보이는 증상은 같지만 정형과 비정형은 다르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광우병은 정형 광우병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도축해 만든 사료를 먹은 소가 광우병에 걸렸다. 비정형 광우병은 유전적 돌연변이 등의 이유로 150만마리 가운데 1마리꼴로 생긴다. 정형 광우병은 뇌에 있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변형돼 걸린다. 비정형 광우병도 프리온 변형 때문에 생기긴 하지만 정형 광우병의 프리온보다 질량이 무겁거나(H형) 가볍다(L형). 실험 결과 비정형은 정형에 비해 병원성이 20분의 1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비정형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사람이 먹어도 전염될 확률은 낮다는 예측이 있다.

그러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H형 광우병은 일반 광우병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학계에 보고됐고, L형은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비정형 광우병은 주로 나이 든 소에서 발생하는데 나이 든 소를 식용으로 섭취할 가능성이 적다고는 하지만 일반 광우병처럼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 30개월 이상도 섞여 수입될 수 있어

정부는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미국 육우산업 안전성을 100% 장담할 수 없다. 광우병 검사 결과도 믿을 수 없다. 일례로 2009년 7월부터 미국 네브래스카주 농무부의 광우병 검사관으로 일해온 갤런 니휴즈(41)가 네브래스카주 92개 쇠고기 작업장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최근 적발됐다. 해당 작업장의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광우병 검사를 허위로 실시한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네브래스카주에서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작업장은 타이슨 푸드 등 11개 작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우병 발생 사실 자체를 숨기기도 한다. 2010년 캐나다 식품검사청은 광우병에 감염된 72개월령 소가 도축됐음에도 이런 사실을 2주간이나 숨겨오다 최근 적발됐다. 분쇄육이나 육가공품의 품질은 더욱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해 건조저장육, 베이컨류, 분쇄가공육, 소시지, 식육수출가공품으로 들어온 양은 2567t에 이른다.

(4) 우유·오줌으로도 광우병 전염 가능

광우병 인자인 프리온은 우유나 오줌에서도 검출된다. 광우병 증상이 진행돼 말기가 되면 소량의 변형 프리온이 살코기, 오줌, 우유에 존재하여 이를 통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캐나다·프랑스·미국 학자들로 구성된 국제학술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소 오줌을 원료로 해서 만든 불임치료제 주사를 맞은 여성은 프리온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표 국장은 “몇 년 전 오줌·우유 등에서도 프리온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는데, 이번 연구결과는 한 발 더 나아가 오줌을 원료로 한 의약품을 통한 인간광우병 전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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