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관 7명이 하루 미 쇠고기 박스 2500개 검사

2012.04.27 21:37 입력 2012.05.01 14:04 수정

용인 개봉검사 현장

“진공으로 패킹돼 있는 쇠고기 사이에 특정위험물질(SRM) 부위가 들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강동냉장(주) 지하 1층. 취재기자의 질문에 검역관은 “뇌나 눈, 척수 같은 특정위험물질이 들어 있다면 덩어리째로 있지 이런 진공팩이 된 고기 사이에는 없다”며 “부위가 다르니까 육안으로 보면 드러난다. 개봉검사에서 이상하다는 감이 들면 X레이 검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고 묻자, 검역관은 “현장의 감각”이라고 말했다.

목재 깔판 위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박스에 포장된 채 검역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아침 컨테이너트럭 5대에 실려 창고에 들어온 쇠고기 박스에는 미국의 유명 브랜드인 엑셀(EXCEL) 마크가 찍혀 있다. 미국의 4대 육우회사인 엑셀은 미국계 곡물 메이저 기업인 카길(Cargill)의 자회사다. 오전에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만 5000박스에 이른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회장(왼쪽 세번째)이 27일 경기 용인의 한 냉동보세창고를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 검역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회장(왼쪽 세번째)이 27일 경기 용인의 한 냉동보세창고를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 검역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현장을 방문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개봉검사를 30%에서 50%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개봉검사 수준을 3%에서 30%로 높이겠다”고 한 지 이틀 만에 검사 폭을 확대한 것이다.

검역관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개봉검사를 위해 강동냉장창고에 배정된 검역관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용인사무소 직원 7명이 전부였다. 이날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 5000박스 중 2500박스에 대한 육안검사를 이들 7명이 진행해야 한다. 직원 한 명당 쇠고기 박스 357개씩을 검사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3시까지 7명의 검역관이 개봉검사를 마친 분량은 300박스가 채 안됐다. 서 장관의 ‘개봉검사 50% 확대’ 방안은 검역현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인 셈이다.

현장의 한 검역관은 “어휴, 사람이 없으니 힘들다.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역관은 “일이 많아서 어제 사무실에서 잤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개봉검사는 육안으로 이뤄졌다. 검역관은 검역인증서, 박스, 포장된 고깃덩이를 살피고는 “미국에서 보낸 검역인증서에 적힌 고기 부위가 맞는지 혹시 다른 부위가 들어 있지 않은지 살핀다”고 말했다. 미국이 인증한 고기가 박스 안에 제대로 들어 있는지 정도만 살피는 것이다. 개봉검사가 진행되는 맞은편에는 X레이 이물검출기 한 대가 있었다. 이물질이 들어 있는 고깃덩이는 현장에서 X레이 검사를 거친다.

검역관은 “X레이 단계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 여기서 광우병 여부를 검사하는 가장 중요한 절차는 육안으로 인증 표시와 고기 상태, 이물질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역관들은 ‘BEEF HANGING TENDER’라고 쓰여 있는 박스를 뜯었다. 진공포장된 냉장 소 횡격막 18덩이가 들어 있었다. 검역관들은 비닐포장된 쇠고기 덩이를 하나씩 들어 보였다. 비닐포장 겉면에는 영어로 쓰인 엄지손톱 크기의 둥근 마크가 찍혀 있었다.

검역관은 “미 농무부가 쇠고기를 검사하고 통과시켰다는 마크”라며 포장 앞뒤에 찍힌 인증마크들을 가리켰다.

그는 “미 농무부가 인증해 통과시켰다면 믿을 수 있는 쇠고기”라고 말했다. 86M은 소를 도축하고 가공한 카길 공장을 뜻하는 표시다. 검역관은 “미국 어느 지역, 어떤 목장에서 키운 소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창고 바깥에는 출고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실으려는 냉동트럭들이 있었다.서울 마장동의 쇠고기 유통회사에서 왔다는 30대 트럭운전사는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선호하는 식당이 많다. 앞으로 문제가 더 생기기 전에 일단 쇠고기부터 확보해 놓으려는 식당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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