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걸음마 수준인 유기동물 보호, 속도 좀 냅시다

2019.08.15 20:53 입력 2019.08.15 21:54 수정
명보영 버려진 동물을위한수의사회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소속 수의사들이 지난 6월 군산동물보호소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제공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소속 수의사들이 지난 6월 군산동물보호소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제공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유기동물 발생통계를 포함한 ‘2018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7월23일 발표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유기동물은 모두 12만1077마리로 조사됐다. 이는 역대 유기동물 발생 최고치다. 매년 유기동물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일찍부터 유기동물 문제의 해법을 고민해온 미국에서는 동물보호소 의학이 서서히 체계화되고 있다. 대학에도 동물보호소 의학과 관련된 커리큘럼이 있고 동물보호소 수의사 양성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소 의학에서는 유기동물과 관련하여 중점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으로 LES(L- Legislation·법령, E-Education·교육, S-Sterilization·개체수 조절)를 강조하고 있다. 즉 강력하고 체계적인 동물보호법 운영, 동물등록제 활성화, 인도적이고 체계적인 동물보호소 운영, 동물 관련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보호 교육 활성화, 중성화 수술 활성화, 판매업과 번식업 등의 규제 등이 동시에 잘 이루어져야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런 내용은 국내에도 소개되어 있고 적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그 개선 속도가 매우 더디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유기동물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정부에서는 2014년부터 반려견에 대해 동물 등록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이후 위반 시의 과태료 부과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강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31일까지가 자진신고 기간이며 그후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동물 등록과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진통이 있었다. 내장형 칩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한 적이 있었다.

반려동물 생산업·판매업과 관련한 법 정비는 지난해 이뤄졌다. 정부에서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동물미용업, 동물판매업, 동물위탁관리업 등을 법 테두리에 묶기도 했다. 반려동물 생산업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시설기준, 인력기준, 영업자 준수사항을 강화하도록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한 동물보호단체가 동물보호법 개정 1년을 맞아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지자체 점검 역시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동물보호센터의 경우 2018년 기준 전국 298곳 중 민간에 위탁하는 형태가 255개소로 가장 많았고, 지자체가 직영(31개소)하거나 시설에 위탁하는 형태(12개소)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소규모 보호시설의 수의계약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입찰로 계약이 이루어진다. 입찰계약의 경우 대부분 최저가에 의한 입찰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술력 등을 평가하는 곳은 많지 않다. 전반적으로 체계적인 운영을 하는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많지 않은 데다 법령, 정책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은 상태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유기동물 문제를 더 오랜 기간 다루어오고 체계화시킨 해외 동물복지 선진국의 정책을 적용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해외 동물복지 선진국의 경우 시장으로의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판매업, 번식업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행했으며 동물등록제 역시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역사가 긴 유럽에서는 동물보호소 운영을 민간에서 전담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민간, 시 직영의 두 가지 형태를 갖고 있다.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나라에서는 시 직영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기동물 분야의 기반이 약하고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다른 아시아권 나라와 같이 시 직영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만처럼 민간, 정부, 지자체가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있다.

[기고]걸음마 수준인 유기동물 보호, 속도 좀 냅시다

우리 사회에서 개는 반려동물로 보호를 받는 개와 축산 농민의 수익 창출을 위한 개로 구분되어 있으며, 동물과 관련된 정책도 이를 구분하고 있다. 유기동물 문제의 개선을 더디게 만든 이유 중 하나로 축산행정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 지방 행정조직에 모두 해당된다. 행정조직이 쉽게 바뀌는 건 아니지만 그 변화가 더욱 빨라야 유기동물 문제 개선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유기동물 문제 개선은 무조건 정부 탓을 할 수만은 없다. 민간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함께 개선시켜야 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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