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고래류 23마리도 죽일 셈인가...서울시 마지막 돌고래 ‘태지’의 운명은?

2021.08.20 14:22 입력 2021.08.20 18:11 수정

다른 돌고래들의 잇따른 폐사로 홀로 남겨졌던 제주 마린파크의 마지막 돌고래가 폐사하면서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고래류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돌핀 프리’를 선언했던 서울시의 마지막 전시용 돌고래 ‘태지’도 장기적으로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돌고래 체험시설 마린파크에 혼자 남겨져 있다 지난 13일 폐사한 큰돌고래 화순이(붉은 원 안)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제주도 서귀포시의 돌고래 체험시설 마린파크에 혼자 남겨져 있다 지난 13일 폐사한 큰돌고래 화순이(붉은 원 안)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20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동물보호연대 등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제주의 돌고래 체험업체 마린파크에 마지막 남아있던 돌고래 ‘화순이’가 13일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마린파크에서 또 다른 돌고래 ‘낙원이’가 죽은 지 불과 5개월 만의 일이다. 마린파크에서는 화순이를 포함해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1년 동안 무려 4마리의 돌고래가 죽어나갔다.

2009년부터 이 업체에 도입된 돌고래 8마리 모두가 폐사한 탓에 시민단체들은 마린파크가 명실상부한 ‘돌고래 무덤’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 ‘낙원이’가 죽고 ‘화순이’만 홀로 남았을 때 마지막 남은 화순이만이라도 살리도록 방법을 강구할 것을 호소해 왔다.

지난 5월 31일 핫핑크돌핀스의 마린파크 앞 일인시위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5월 31일 핫핑크돌핀스의 마린파크 앞 일인시위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그러나 마린파크 측이 이를 외면하고, 제주도와 해양수산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결국 화순이는 체험프로그램에 동원되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시민단체들은 마린파크에서 돌고래들이 잇따라 죽어나간 것에 시설의 열악함과 시대착오적인 돌고래 만지기, 먹이주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인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동물보호단체들의 현장 조사와 지난해 경향신문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마린파크 내부는 제대로 관리도 안 되고,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상태였다.

이처럼 돌고래 등 고래류가 잇따라 폐사하면서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돌고래 수는 23개체로 줄어들었다. 마린파크뿐 아니라 다른 수족관에서도 최근 10여년 사이 절반이 넘는 돌고래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폐사한 탓이다. 10년 간 절반이 죽어갔다···돌고래 수족관은 '잔인한 수용소' 좁은 수조에 갇혀지내는 것이나 체험프로그램 등은 고래류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지만 이들 고래류 대부분은 여전히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에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대로 둔다면 전시 시설에 남겨진 23마리 고래류도 비참히 죽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성명을 통해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화순이의 사례는 우리에게 수족관 등 고래류 사육시설은 결국 죽음으로 내몬다는 것을 오롯이 증명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또 다른 죽음이 반복되기 전에 제주도 내 2곳의 고래류 감금시설 8마리 돌고래를 포함해 전국 6군데 시설에 남은 23마리 돌고래와 벨루가를 즉각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에 남아있는 고래류 현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국내에 남아있는 고래류 현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시민단체들은 박원순 전 시장이 ‘돌핀프리’ 선언을 하고 2013년 제돌이 등 돌고래를 바다로 보낸 서울시도 이 같은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일본 출신 큰돌고래 ‘태지’가 서울에서는 떠났지만 여전히 제주도 수족관에서 쇼에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은 2019년 4월 제주 퍼시픽랜드와 협약을 맺고 태지를 이 업체에 보낸 바 있다. 퍼시픽랜드는 과거 불법적으로 포획된 돌고래를 쇼에 동원했던 업체지만 2년 전 서울시는 달리 돌고래를 받을 만한 곳이 없다는 이유로 이 업체에 보냈다. 퍼시픽랜드 측은 태지의 이름을 대니로 바꾸고 돌고래쇼에 동원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돌고래 방류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태지도 바다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공원과 퍼시픽랜드가 맺은 협약에도 여건이 마련되면 태지를 바다로 돌려보내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남은 고래류 23마리도 죽일 셈인가...서울시 마지막 돌고래 ‘태지’의 운명은?

태지는 최근 폐사한 마린파크의 화순이처럼 일본산 큰돌고래여서 제주 원산인 남방큰돌고래와 달리 방류가 쉽지 않았던 사례이기도 하다. 현재 시민사회에서는 이들 돌고래를 보호할 바다쉼터를 제주나 남해안에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공원에서 사육하다 지난해 퍼시픽랜드에 양도한 큰돌고래 태지의 모습. 김기범기자

서울대공원에서 사육하다 지난해 퍼시픽랜드에 양도한 큰돌고래 태지의 모습. 김기범기자

핫핑크돌핀스는 성명에서 “시민단체들은 2017년 7월 5일 돌고래 바다쉼터 시민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지속적으로 정부차원의 해양동물 구조치료시설 및 수족관 감금 돌고래들을 위한 바다쉼터 조성을 촉구해 왔다”며 “하지만 정부의 낮은 생태감수성과 무관심으로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 태지는 퍼시픽랜드로 기증되었고, 화순이는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지적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