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은 질병, 수술로 치료할 수 있어”

2018.05.01 21:19 입력 2018.05.01 21:20 수정
이혁준 |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분과장

[의술 인술]“고도비만은 질병, 수술로 치료할 수 있어”

비만은 가히 만병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체질량지수, 즉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정상 범위는 18.5~25)이 30 이상인 비만(병적비만 또는 고도비만)은 당뇨·고혈압·천식 등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고, 기대 수명을 단축시킨다. 비만 환자에서 유방암, 대장암 등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은 다행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과 함께 전체 비만율이 낮은 편이지만, 최근 청소년 층에서 비만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오랫동안 의사들은 ‘비만은 식이조절, 운동 또는 약물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온 다양한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의학계에서 “비만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라는 명제는 공고히 확립되어 있다. 비만수술은 체중을 줄이기 위해 위(胃)의 용적을 감소시키거나, 음식물을 흡수하는 소장을 우회시키는 수술법을 말한다. 대표적인 3대 비만수술로는 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 위밴드술이 있다.

위우회술은 위를 전체 용적의 10%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 90%의 위로는 음식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전체 소장(보통 5m 정도임)의 100~200㎝ 정도에 음식물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수술이다. 수술 방법은 비교적 복잡하지만 체중 감소 및 당뇨 치료 효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위소매절제술은 위의 팽창하는 부분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이다. 전체 위 용적의 20~30%가 남지만 남는 위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 부분이므로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다. 수술이 간단하고 합병증 발생률이 매우 낮아서 최근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

위밴드술은 위의 위쪽 부분(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분)에 조임장치(밴드)를 설치하여 식사량을 감소시키는 수술이다. 수십년간 유럽, 호주, 미국 등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비교적 높은 장기 합병증, 낮은 체중 감소율 등으로 그 시행 횟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몇 년 전 불행하게 사망한 인기가수가 시행해 관심을 모았던 그 수술법이다.

비만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외과뿐 아니라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양과 등이 함께 다학제적 접근을 해야 한다. 수술 방법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수술 방법에 따른 수술 전후 관리, 호흡 관리, 영양 관리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세심한 관리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근 각광받는 복강경 접근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분야가 바로 비만수술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비만수술의 95% 이상은 복강경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한 이 비만수술은 당뇨병 치료에도 획기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음이 최근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비만이 그리 심하지 않은 당뇨 환자에서도 이 비만수술이 효과를 거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만 유병률은 높지 않지만, 당뇨 유병률은 서구 선진국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비만수술의 적용은 약물로 치료하기 어려운 당뇨 환자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수술은 미용수술이 아니다. 이웃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이 비만수술을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데 비해 우리는 아직도 비보험으로 묶여 있어서 비만수술의 시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드디어 비만수술의 급여화가 이뤄진다고 하니 비만수술을 시행하는 외과 의사로서 무척 반가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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