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병리 도입과 기대 효과

2019.08.20 21:32 입력 2019.08.21 09:40 수정
이연수 |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

[의술인술]디지털 병리 도입과 기대 효과

디지털 병리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버드, 스탠퍼드, 옥스퍼드 등 세계 유수의 대학기관들이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여 병리진단을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개발에 앞다퉈 투자한다.

병리진단의 특성상 복잡한 제작 과정과 병리진단 행위가 병리의사의 판단 능력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디지털 병리의 도입은 쉽지 않다. 하지만 광학현미경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기에는 병리검사를 시행하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정밀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질병 분류와 병리진단은 점차 다양하고 세분화되고 있으며 병리진단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로 인해 병리의사는 보다 더 많은 진단을 시행해야 하며, 하나의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체계의 현실상 낮은 병리진단 수가로 인해 병리과 전공의의 수는 크게 감소하고 있어 병리진단이 가능한 병리전문의의 수가 점점 부족해지는 실정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디지털 병리 솔루션은 병리전문의들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환자의 병리조직 검체를 확인하고 진단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통해 동료 의료진과 의견을 나누는 것도 가능해졌다. 더 이상 광학현미경을 사용하지 않는 스페인의 그라나다대학병원처럼 여러 기관들이 이미 100% 디지털화를 자랑하고 있으며, 실제 성공적인 도입 사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의학계에 디지털 병리가 도입되는 데는 검증을 위한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미국에서는 엄격하게 광학현미경과 디지털 병리 이미지를 비교하여 병리진단의 동일성이 입증되면 일차 진단용(primary diagnosis)으로 허가를 해주고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국내 병원들은 높은 투자비용, 건강보험 수가 적용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들로 도입의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서울성모병원은 단기 및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디지털 병리 도입을 결정했다. 첫번째는 국내 최초로 일차 진단용으로 승인받은 솔루션을 도입해 국내에서도 바로 일차 진단에 적용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국내 최초로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부속병원들을 네트워킹해서 실시간 병리 자문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축적된 디지털 이미지들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 및 병리 AI 알고리즘 개발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시간과 공간의 절약으로 인한 생산성과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으며, 빠르고 정확한 병리진단과 함께 정밀의료에 필요한 세분화된 병리진단의 시행이 가능하다. 또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의 병리자문 및 의견을 공유하게 되며, 의료진 간 다학제 콘퍼런스, 환자 대면진료 등에서도 효율적으로 병리 슬라이드 전체 이미지(WSI)를 공유하는 등 여러 가지 직접적인 효과들이 기대된다. 또한 기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원활히 연동되는 정보기술(IT) 인프라가 구축되면 글로벌 선진 병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해질 수 있으며, 축적된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빅데이터 활용 및 AI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디지털 병리 슬라이드 분석 및 병리진단 보조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진단과 처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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