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단원고 '기억교실', 안산교육청 별관으로 이전

2016.08.21 09:07

경기 안산시 단원고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존치교실)’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년4개월인 지난 20일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했다.

기억교실 이전 작업은 이날 오전 11시50분쯤 부터 시작됐다. 작업은 애초 이날 오전 9시30분 7대 종단 종교의례를 시작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416가족협의회가 “이전 준비가 제대로 안 됐다”고 항의하면서 2시간 이상 지연됐다.

기억교실을 임시로 이전하는 안산교육지원청 별관(1~2층)은 책상과 의자, 유품, 칠판, TV 등 기억교실안 물품은 둘 수는 있지만, 교실문과 복도 창 등 교실밖 집기까지 옮기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항의였다.

또 이전한 기억교실을 어떤 식으로 운영·관리할지 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문제 제기였는데,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과 416가족협의회,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이날 오전 9시20분쯤 부터 2시간 가까이 협의한 끝에 희생자 가족들을 설득했다. 실무협의체를 꾸려 부족한 공간을 추가 확보하고 기억교실 운영·관리 프로그램 보완에 나서기로 했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이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지만, 교실을 이전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기로 했다”면서 “이 교육감이 약속한 만큼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측 합의로 이전 작업이 본격화하자 희생자 가족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곳곳에서 오열했다. 2~3층 교실에 있던 학생과 교사의 개인 유품을 가로·세로 30·50㎝ 크기의 종이상자에 담아 본관 건물 1층 현관으로 옮기면서도 눈물은 하염없이 쏟아졌다. 자녀의 체취가 남은 유품 상자를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자원봉사에 나선 예술인 100여 명도 유품 상자를 옮기며 눈물을 훔쳤다.

학교 운동장에 대기했던 4.5t짜리 무진동 트럭 6대에 책상과 의자 등의 교실 집기를 모두 실은 뒤 단원고에서 1.3㎞ 떨어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까지의 이른바 ‘다짐 행렬’이 시작됐다. 예술인 20여 명이 북과 징을 치며 앞장섰고, 1~10반 순서대로 유품 상자를 든 희생자 가족과 예술인들이 뒤를 따랐다.

유품상자 이송에는 모두 256명이 나섰는데, 단원고 희생자 262명 가운데 미수습된 학생 4명과 교사 2명을 제외하고 사망이 공식 확인된 희생자를 의미한다. 행렬 곳곳에 아무런 글귀가 적히지 않은 비닐 깃발(연장전 깃발)을 든 예술인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예술인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문구를 깃발에 적겠는가. 미해결 세월호를 의미하는 비닐 깃발”이라고 말했다.

편도 2차로를 차지고 100m 정도의 긴 대열을 이룬 다짐 행렬 뒤로 교실 집기를 실은 이송 차량이 따랐다. 안산교육청까지의 구간에는 ‘단원고 기억교실 이전의 날’, ‘국가가 만들고 국가가 버리는 삶’, ‘모두가 죄인인 죄’ 등이 적힌 현수막이 이어져 걸려 있었다. 행진은 교문을 나선 지 30분만인 이날 오후 3시50분께 안산교육청에 도착하면서 마쳤다. 안산교육청 별관 1층에는 1~4반, 2층은 5~10반과 교무실이 마련됐다.

이곳에 학생용 책상 358개와 학생용 의자 363개, 키 높이 책상 26개, 교무실 의자 11개, 교실교탁 10개, 교무실 책상 12개 등이 단원고에 있던 그대로 옮겨졌다.

도교육청은 21일까지 이틀에 걸친 이전 작업을 마친 뒤 재현작업을 거쳐 10월 중순쯤 이곳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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