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수요예측, 비싼 통행료 받고도 혈세 1조6667억 ‘꿀꺽’

2020.11.11 21:41 입력 2020.11.12 09:25 수정

첫 민자 건설 ‘인천공항고속도로 개통 20년’ 명암

국내 고속도로 중 민간자본으로 처음 건설돼 개통 20년을 맞은 인천공항 고속도로 영종대교에 차량들이 다니고 있다. 신공항하이웨이(주) 제공

국내 고속도로 중 민간자본으로 처음 건설돼 개통 20년을 맞은 인천공항 고속도로 영종대교에 차량들이 다니고 있다. 신공항하이웨이(주) 제공

정부 보전액, 이미 건설비 초과
맥쿼리, 요금 수익 등 4조 챙겨
2030년까지 운영 후 국가 귀속

하루에 최대 11만여대 이용해
‘최고의 인천공항’ 도약엔 한몫

국내 고속도로 중 민간자본으로 처음 건설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개통 20년을 맞았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는 도로와 철도가 함께 다닐 수 있도록 2층 자정식 현수교로 세계 최초로 건설된 데다, 인천공항 접근 도로로 정시성을 보장해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 공항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민자로 건설됐다는 이유로 비싼 통행료를 받으면서도 수요예측 실패로 국고만 축내는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많다. 국토교통부는 통행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공항하이웨이(주)는 1994년 국내 최초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으로 2000년 11월20일 개통한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개통 20년을 맞는다고 11일 밝혔다.

인천 중구 인천공항과 경기 고양까지 36.5㎞를 잇는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삼성물산과 한진중공업 등 국내 11개 건설사가 1조4760억원을 투입했다. 건설사들은 개통 후 주식을 모두 팔아 현재는 한국교직원공제회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주주사다. 신공항하이웨이는 인천공항고속도로를 2030년까지 운영한 뒤 국가로 귀속시킬 예정이다.

20년간 누적 통행량은 4억6700만대로 매년 2000만대 이상이 이용했다. 2018년 3235만대, 지난해는 3470만대로 이용량이 꾸준히 늘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지난달까지 2167만대에 그쳤다. 하루 최대 교통량은 2019년 8월3일 11만4553대, 최소 교통량은 2001년 1월7일 3427대다.

20년간 거둬들인 통행료는 2조3690억원이다. 2015년 2월엔 영종대교에서 역대 최악인 105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63명이 다치기도 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에는 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85대의 폐쇄회로(CC)TV 및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를 자동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감지기 18대 등 각종 첨단장비를 설치해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값비싼 통행료와 수요예측 실패로 혈세만 축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는 서울 방향 6600원(편도), 인천 방향 3200원, 청라IC는 2500원이다. 이는 정부가 건설한 고속도로 통행료보다 2.28배 비싸다. 정부가 건설했다면 서울 방향은 2900원을 받아야 하지만, 민자라는 이유로 높게 받고 있는 것이다. 비싼 통행료 때문에 개통 이후 영종도 주민들은 ‘통행료인하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 운동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민자도로는 수입이 예상수입의 80%에 미달하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최소수입보장(MRG)제도 혜택을 받는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쏟아부은 금액은 1조6667억원으로, 이미 건설비를 초과했다. 적자보전금과 통행료 수익을 합치면 4조원이 넘는다. 정부가 재정이 부족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건설한 민자도로가 이용객에겐 비싼 통행료를 물리고, 정부로부터는 세금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국내 18개 민자도로에 2018년 2583억원, 2019년 2971억원을 지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자도로 통행료가 비싸다는 지적에 따라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민자도로에 대해 운영기간 연장이나 한국도로공사의 선투자 등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통행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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