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과 가뭄

금강서 15㎞ 떨어진 논에서 ‘발만 동동’… “농사 포기도 생각”

2015.06.17 22:25 입력 2015.06.17 22:31 수정
권순재 기자

충남 서천 지석리 가보니

▲ 물 못 댄 논엔 먼지 ‘풀풀’
우물 퍼냈지만 흙탕물만
“억지로 모내기 하더라도
가뭄 계속 땐 빚만 늘어”

17일 오후 충남 서천군 종천면 지석리 들녘. 계속된 가뭄에 논과 밭이 먼지를 날리며 말라가고 있었다. 지대가 높고 하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논에 물을 대지 못한 대부분의 천수답은 흙덩이를 만지니 부서지며 먼지만 날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위세에 가렸지만 가뭄 피해는 재앙 수준으로 치닫는 분위기였다. 서천은 금강을 끼고 있고, 지석리는 금강에서 15㎞ 정도 떨어져 있다. 인근에 금강이 있지만 연결수로가 없어 수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종천면사무소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15일부터 인근 흥림저수지와 연결된 농수로에서 양수기를 이용해 모내기용 물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저수지 저수율(17일 현재 40.5%)이 낮아 이날까지만 끌어다 쓸 수 있다. 1만6000㎡의 논에 물을 대야 하지만 물대기가 끝난 논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b>잡초밭으로 변한 논</b> 17일 충남 서천군 지석리의 한 논이 계속된 가뭄으로 거북 등처럼 갈라진 채 잡초밭으로 변해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잡초밭으로 변한 논 17일 충남 서천군 지석리의 한 논이 계속된 가뭄으로 거북 등처럼 갈라진 채 잡초밭으로 변해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농민들의 표정에는 가뭄이 장기화돼 농사를 망칠 것 같다는 우려가 역력했다. 김길자 지석리 이장은 “104년 만의 가뭄이라던 2012년보다 지금이 더 심한 것 같다”며 “농민들은 ‘지금 모내기를 했다 가뭄이 계속될 경우 빚만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논에 물을 댄 뒤 트랙터를 이용해 논을 갈고 있던 김영식씨(58)는 “모내기 시기에 따라 수확량에 큰 차이를 보인다”며 “하지(6월22일)가 지난 뒤 모내기를 하면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몇 년 전 폐쇄한 우물을 다시 퍼내는 작업을 했다. 0.2마력의 양수기를 0.5마력으로 교체하고, 호스를 땅속으로 새롭게 연결했다. 하지만 전체 논에 물을 대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의 흙탕물만 나왔다.

일부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쌀농사 등을 짓고 있는 이춘환씨(64)는 몇 개월째 내리지 않는 비에 농사를 포기했다. 매년 2100여㎡의 논에서 쌀농사를 지었지만 “계속된 가뭄에 인건비도 안 나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당장 면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논에 물을 대더라도 꾸준한 물 공급이 어렵다면 농사를 포기하는 게 낫다”며 “지난해까지는 마을 뒤편에 위치한 희리산에서 계곡물이 흘러나왔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초까지 비가 안 오면 집 근처 텃밭(900여㎡)에 심으려던 콩과 옥수수 농사도 포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충남의 이달 평균 강수량은 8.9㎜로 평년 69.7㎜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달 평균 강수량 역시 33.5㎜로 평년(96.9㎜)의 3분의 1 수준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6~7월 기상전망에서도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고돼 농업용수 부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충남의 모내기는 천수답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완료된 상태다. 충남에서 가뭄에 특히 취약한 천수답은 전체 논 면적 15만9612㏊의 22.4%(3만5789㏊)에 이른다.

충남도는 도내 농업용 대형 관정(2433곳) 점검과 농업용수시설 보수 등을 마치고 저수량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강수량이 크게 줄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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