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과 가뭄

“물 그릇 키웠다” 선전만 요란… 가뭄에 ‘그 물’ 쓸 방안은 전무

2015.06.17 22:27 입력 2015.06.17 22:36 수정

물 확보하려 만든 ‘4대강 보’ 16곳 중 물부족 지역 5곳 불과

송수관로 건설 등 예산 문제… 용수 공급 현실성에 의문

“현재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으로 팔당댐 3개에 해당하는 7억2000만t의 물을 확보, 물부족 시대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물그릇이 커진 만큼 4대강 유역의 홍수 예방과 갈수기 가뭄 해소도 획기적으로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1월28일 정부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4대강 사업이 가뭄 해소에 획기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주장은 중부지방에 40여년 만에 가뭄이 닥치면서 ‘허언’이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4대강과 가뭄]“물 그릇 키웠다” 선전만 요란… 가뭄에 ‘그 물’ 쓸 방안은 전무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다기능 보는 총 16개다. 그러나 정부가 2006년과 2011년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비교해보면 정부가 예측한 물부족 지역에 설치된 4대강 보는 5개뿐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물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4대강 사업을 시작했지만 보 대부분이 물부족 염려가 적은 곳에 설치된 것이다.

설치된 보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도 4대강 사업 이후 전혀 내놓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 사업 시행 6년 뒤인 지난해 12월 ‘보 건설 지역을 선정할 때 수자원 공급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고, 용수공급계획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물부족 해소’를 위해 ‘물그릇’을 키우겠다며 보를 설치해 놓기만 했을 뿐 실제로 물부족 지역에 수자원을 공급할 방안은 고려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자인한 셈이다.

정부는 2012년 6월 대규모 가뭄이 닥치자 그해 8월 ‘하천수(4대강)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의 구체적인 용수 공급대책은 공개되지 않았고, 실제 4대강에서 확보한 물은 중부 가뭄지역에 공급되지 않았다.

지난 16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가 가뭄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농식품부는 이날 “4대강 주변 상습 가뭄 농경지 1만2000㏊에 대한 용수공급 방안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수자원공사도 18일부터 한강에 건설한 이포보, 강천보 등에서 경기 여주시·양평군에 있는 저수지로 물을 공급하겠다고 17일 발표했다.

그러나 4대강 보의 물을 활용해 물부족 지역에 공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송수관로 건설을 비롯한 추가 대책을 위해서는 예산을 이중으로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댐·보 추가 건설을 경계하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미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가뭄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작은 농업용 저수지 등을 만드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물부족을 겪고 있는 강원 산간의 경우 지하수 관정 등 소규모 시설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용수 부족을 내세워 댐 추가 건설 여론을 부추기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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