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은 ‘물 찰랑’ 주변은 ‘가뭄 쩍쩍’

2015.06.17 22:28 입력 2015.06.17 23:18 수정
윤승민·이종섭·권순재 기자

물 부족지역과 무관하게 보 건설

확보 수량 11억7천만톤 무용지물

정부, 뒤늦게 “피해지역에 공급”

4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이 타들어가고 있다. 갈라진 논에선 모가 말라 죽어가고, 전국에선 올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가뭄과 홍수 예방 목적으로 22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은 올해도 무용지물이다. 4대강에 건설된 다기능 보는 모두 16개지만 대부분 물부족 지역이 아닌 곳에 세워져 있어 물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강과 낙동강·금강·영산강 등 전국 4대 강에는 강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농지는 쩍쩍 갈라져 먼지를 날리고 있다.

17일 전라북도와 충청남·북을 흐르는 금강 줄기에 건설된 세종·공주·백제보. 이들 3개 보의 저수율은 이날 모두 100%를 넘었다. 백제보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가뭄으로 농사지을 물이 없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수량은 11억7000만t에 달하고 취수장이나 양수장을 이용해 주변에 공급할 수 있는 수량은 1억3000만t 정도지만 무용지물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이 일자 한국수자원공사는 18일부터 급수 차량과 양수기 등을 동원해 한강수계 보의 물을 가뭄피해 지역에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급수지원은 한강 수계 주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정작 가뭄이 심한 곳에 공급하기는 역부족이다.

금강과 15㎞가량 떨어진 충남 서천군의 한 마을. 지대가 높고 하천이 먼 이 마을에서 물대기가 끝난 논은 농경지의 3분의 1도 채 안된다. 올해 밭농사를 포기한 농민도 적지 않다. 저수지는 바닥을 보이고 있지만 금강에 가득하게 고인 물은 그림의 떡이다. 농민들은 몇 년 전 폐쇄한 우물물을 다시 퍼내고 있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다기능 보 16개 중 11개가 정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 분류한 물부족 지역과 무관한 곳에 있다. 국무조정실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4대강사업 조사평가 보고서’는 “수자원 공급 측면에서 보의 위치선정 기준 및 과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4대강 사업이 가뭄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용수공급계획과 용수공급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4대강 사업이 물부족 및 가뭄 해소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됐으며, 이후에도 수자원을 가뭄 지역에 공급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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