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은행 ‘정규직 사령장’ 뒤로하고 마지막 길…전국 곳곳서 참사 희생자 발인

2022.11.01 17:38 입력 2022.11.01 17:40 수정

1일 낮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20대 은행원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낮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20대 은행원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스물세 살.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해 꿈을 펼치기 시작한 A씨 앞에 놓인 ‘사령장’은 주인을 잃었다. 10월 31일 자 사령장에는 ‘위 직원을 일반관리계 4급에 임함’ 이라는 인사명령이 적혔다.

전날 A씨의 빈소를 찾은 은행 관계자가 유족에게 전달했다. 은행 측은 “A씨가 성실했고 필기시험도 합격해 정규직과 다름 없어 추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쟁자 A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A씨는 그토록 기뻐했던 ‘정규직’ 전환을 뒤로하고 가족과 지인들의 눈물 속에 영면에 들었다.

지난 2월 서울의 한 은행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A씨는 최근 정규직 전환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며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A씨의 아버지는 “꼭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동생은 “언니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이 이날 전국 곳곳에서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받아들이기 힘든 참사로 딸과 아들, 친구를 잃은 유가족과 지인들은 고통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 장성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B씨(19)가 사랑했던 가족 곁을 영영 떠났다. B씨는 미용 관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6월 서울 강남의 미용실에 취직했다. B씨 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딸을 다시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죽을 것만 같다”고 목놓아 울었다.

경기 수원승화원 장례식장도 슬픔이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참사 희생자인 김모씨(30)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발인에는 김씨 친구들이 유독 많이 참석했다. 김씨의 지인들은 평소 그가 주변을 잘 챙기고 항상 밝았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수원의 한 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했던 김씨는 지난달 29일 퇴근 후 친구 2명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김씨는 옆 사람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워하자 공간을 만들어 줬지만 본인은 결국 숨졌다.

이날 낮 12시40분쯤에는 수원 성빈센트병원 장례식장에서 C씨(30)도 마지막 길을 떠났다. 희생자 2명이 안치된 수원승화원에는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헌화대가 마련됐다. 다른 빈소의 상주나 유족들이 헌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씨(24)의 발인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유족 측은 “장례를 조용히 치르고 싶다”며 취재 기자들에게 “사진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고인은 2019년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에 출연했다. 2023년 방송 예정인 드라마 <꼭두의 계절>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대전에서도 희생자 5명 중 4명의 발인이 이날 진행됐다. 한 시민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너무 안타까웠다. 청년층 희생자들이 많아 더 마음이 아프다”면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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