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국정원 선거개입 확인하고도 ‘혐의 없다’ 허위 발표

2013.06.14 22:05

검찰, 국정원 댓글 수사 결과 발표

서울청장 ‘비방 댓글 없다’ 발표 지시… 경찰 수뇌부 ‘축소·은폐 의혹’ 사실로

서울경찰청이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의 노트북을 분석해 ‘저는 이번에 박근혜를 찍습니다’와 같은 선거 관련 게시글을 여러 개 확인하고도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지시로 이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런 ‘혐의사실’을 대통령 선거 전에 확인하고도, 대선 사흘 전 늦은 밤에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거짓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전 청장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돕기 위해 은폐·조작을 지시했으며,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사흘 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108만표 차이로 누르고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선 막판 김 전 청장이 조작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해 박 후보를 도운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26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26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14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형법상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댓글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12월13일 김씨의 노트북에 대한 분석을 서울경찰청에 의뢰했다. 서울경찰청은 같은 달 14~15일 김씨의 노트북에서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게시된 ‘저는 이번에 박근혜를 찍습니다’라는 게시글을 찾아냈다. 또 노트북을 분석해 추출한 40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등 선거 관련 게시글과 ‘문재인이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이유’ 게시글에 대한 다수의 ‘찬반 클릭’ 내역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의 지시를 받은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16일 밤 11시 수서서로 하여금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요지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토록 했다. 이날 밤 서울경찰청은 100여쪽에 달하는 디지털 분석결과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은 18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왜곡된 수사결과를 발표토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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