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원장님 지시 말씀 ‘조직적 이행’ 진술 번복

2013.11.04 23:07

“겁 나 책임 떠넘겼다”… ‘검찰조서 외부 유출’ 새 의혹

국가정보원 정치·대선개입 사건 검찰 수사 당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2)에게 가장 불리한 진술을 했던 국정원 심리전단 여직원 황모씨가 4일 법정에서 모든 진술을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작성한 황씨의 참고인 진술조서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황씨는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됐던 국정원 심리전단 여직원 김모씨(29)와 같은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다.

황씨는 검찰조사 당시 원 전 원장의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에 따라 이종명 전 3차장(56)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55)이 순차적으로 지시를 구체화해 직원들에게 내렸고, 이 내용에 따라 인터넷 댓글작업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임신을 이유로 증인출석을 거부해온 황씨는 이날 법정에서 자신이 검찰에서 한 진술을 모두 번복하거나 겁에 질려 원 전 원장 측에 책임 떠넘기기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장마저 “이해할 수 없는 진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등 3명에 대한 첫 병합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황씨는 “(검찰조사 당시 분위기에) 너무 압도돼 진술을 제대로 못한 것 같고,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생각에 바로 진술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진술번복 이유를 밝혔다. 황씨는 ‘인터넷 댓글 작업 시 동일장소 반복사용 금지, 국정원 청사 인근 출입자제, 폐쇄회로(CC)TV에서 먼 위치에서 작업할 것’ 등이 기재된 업무 매뉴얼을 e메일로 받아 읽어봤다고 진술한 유일한 직원이다. 그러나 황씨는 이날 법정에서 “(검찰조사) 당시에 헷갈린 것 같다”며 매뉴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은 “매뉴얼을 직접 받은 것이지 e메일로 받은 것은 아니라고 착각할 수는 있지만 본 적도 없다는 매뉴얼을 착각해서 검찰에서 e메일로 받아 읽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황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판에서는 황씨가 옛 국정원 심리전단 관계자와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에 전화통화로 자신의 검찰 진술조서 내용을 확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황씨는 검찰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성한 글들을 나열하며 추궁하자 “검찰조서 내용을 봤더니 사실과 달랐다”고 말했다.

검찰이 “검찰 조사 이후 본인의 조서 내용을 봤거나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황씨는 “휴직 중이라서 (검찰조사 직후에는) 듣지 못했고, 출석을 앞두고 긴장이 돼서 물어보기는 했다”고 답했다. 이어 “누구에게 들었다는 건가”라는 검찰 질문에는 “심리전단…”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국정원 관계자가 황씨가 검찰조사 당시 했던 진술을 확인하고, 사전에 황씨에게 법정에서 진술할 내용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의 참고인 진술조서를 열람·복사할 수 있는 사람은 검찰과 재판부를 제외하면 원 전 원장의 변호인밖에 없다.

한편 검찰은 황씨가 지난해 8월 이전까지는 대형 주부커뮤니티인 ‘82쿡’과 ‘맘스홀릭’에서 회원들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옹호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비방글을 작성한 사실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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