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증거 명확한 부분만 인정… 개인 일탈로 몰아 ‘차단막’

2013.11.04 22:56 입력 2013.11.05 00:12 수정

국정원 국정감사서 “검찰이 무리하고 있다”

“대공수사권 검·경 이관 어렵다” 반대 의사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4일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요원들의 댓글과 트위터 활동에 대해 조직적인 대선개입이 아닌 개인 일탈로 규정하며 차단막을 쳤다. 남 원장은 원세훈 전 원장의 공판 등에서 밝혀진 민간인 조력자에 대한 활동비 지급과 일부 트위터 글 작성은 시인했지만 “검찰이 무리하고 있다”고 검찰에 화살을 돌렸다.

■ 국정원 소행 일부 시인… 조직적 개입은 부정

남 원장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 공판이나 언론 보도에서 밝혀진 내용만 인정했다. 이미 증거가 나와 부정할 수 없는 혐의만 시인하는 것이다.

일례로 검찰이 추가 공소제기한 트위터 글 5만5600여건 중 일부는 국정원 요원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은 “국정원 직원들의 계정으로 확인된 것이 2300여건이며, 2만6000여건은 현재 확인 중에 있다”면서 “나머지 2만5000여건은 국정원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이 봇 프로그램(대량 유포 프로그램)을 통해 트위터 글을 올렸다는 경향신문 보도(10월30일자)에 대해 “국정원이 트위터를 통해 게재한 글은 2300여건이고, 그나마 직접 작성한 글은 139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서천호 2차장은 트위터 아이디 ‘KKj0588’이 작성한 1만5177건에 대해서는 “본인이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하니 그 말을 믿고 싶다”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남 원장은 처음에 “(트위터 글) 2만6000여건도 저희들 직원 계정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변했으나, 서천호 2차장이 “확인 중”이라고 정정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남 원장이 국감장에서 공식적으로 미안하다며 정정했지만 순간의 말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락가락한 답변에 의구심을 표했다.

남 원장은 다음주 검찰 소환 예정인 국정원 직원 7명의 구체적인 혐의와 소환 시 신분이 피의자인지 여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남 원장은 이날 ‘국정원 댓글녀’로 알려진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 김모씨의 조력자로 알려진 민간인 ‘알바(아르바이트)’ 이모씨에게 “280만원씩 11개월 동안 특수활동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모 안보 3팀장은 원세훈 전 원장 공판에서 “제 전결사항으로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리전단 요원의 온라인 활동에 민간인 ‘알바’들이 대거 동원됐을 가능성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여직원 김씨와 검찰에 기소된 이종명 전 3차장을 위해 국정원 직원들이 모금 운동을 벌인 사실도 확인됐다. 정 의원은 “처음에는 ‘그런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다가 원장과 기조실장, 1·2·3차장까지 다 돈을 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 원장은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연계 의혹에 대해 “20여 차례의 문서 수·발신이 있었고, 정부 부처와 한 달에 약 900건의 문서 수·발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지휘권이 있다는 것은 동의하지 못한다”며 두 조직 간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댓글과 트위터 활동을 개인 일탈로 몰아가며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남 원장은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 검찰이 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2차장 역시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반대 논거가 있다”고 거들었다.

■ 정치 중립, “원장 의지 문제”

남 원장이 조직적 대선개입을 부정한 만큼 국정원 ‘셀프 개혁’안 역시 연장선상에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남 원장은 야당 일각이 요구하는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해 “제3국을 통한 침투가 많아서 수사 착수가 어렵다. 대공수사권을 검찰이나 경찰로 이관하는 것은 어렵다”고 반대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이 정치개입·사찰 문제 등으로 계속 시끄러운 이유가 뭐냐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질문에 “국정원법의 문제가 아니라 원장 개인의 의지 문제”라고 원 전 원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나는) 정치개입에 아무 관심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또 “기존 전 원장의 독점적 인사시스템에서 합리적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남 원장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우리 정부 활동도 도청했느냐는 질문에 “국가 관련 기관 사이에서 사실을 규명하는 중”이라고만 답했다.

국감에서 국정원 모 국장은 민주당 김현 의원의 질의 시간에 팔짱을 끼고 웃다가 남 원장의 질책을 받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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