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구속영장 기각 사유 논란...제한적 수준으로만 요건 공개해야

2019.12.29 19:21 입력 2019.12.29 22:32 수정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7일 새벽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7일 새벽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법원이 밝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 기각 결정 사유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언론·검찰에 각각 전달한 기각 사유에 차이가 있고, 표현 방식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영장 발부 혹은 기각 결정문의 작성·공개 방식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됐다. 권 부장판사가 서울동부지법 공보판사를 통해 기자단에 전달한 300여자의 기각 사유와 검찰이 권 부장판사에게 전달받았다고 언론에 공개한 500여자의 기각 사유다.

두 버전 모두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하면서도 구속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구체적 문구는 다르다. 언론에 전달된 기각 사유에는 “죄질이 좋지 않”다는 내용이 있었고, 검찰이 받은 사유에는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언론 전달용 문구와 검찰 전달용 문구 중 하나만 본 정치권과 시민들은 잘못된 논평을 내거나 ‘언론의 창작’을 비난했다.

‘죄질은 나쁘지만 범죄는 중하지 않다’는 기각 사유도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입맛대로 취사선택한 해석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은 27일 논평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중대하지 않은 범죄의 죄질을 굳이 언론용이라 하더라도 따지는 건 이상하다”고 했다. 2017~2018년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김종민 변호사(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는 “한국당과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도록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며 “판사는 판결로만 말하면 된다. 유죄인 듯한데 무죄인 구구절절한 해설을 달았다”고 했다.

판사 한 명이 제한된 시간 동안 기록을 보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죄질’ 평가는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를 받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두 차례 기각 결정 때도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간략한 사유만 제시했다.

영장 발부 및 기각 결정문에 대한 작성이나 공개 방식을 정한 형사소송법 규정·대법원 규칙은 없다. 법원이 자의적으로 결정문을 작성하고 공개 방식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유무죄를 가리는 예비 재판처럼 취급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무죄에 대한 심증 대신 주거 부정, 도주 우려, 증거인멸 여부 등 구속요건에 대한 법원 판단만 기재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인이라도 영장 발부 및 기각 사유를 공개할 때 더 가혹할 필요는 없다. 법률이 규정한 구속요건을 밝히는 제한적 수준에서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일반인은 구속 및 기각이 결정될 때 요건별로 ‘체크’ 처리된 영장 외에는 받아볼 수 없다”며 “모든 사건 당사자에게 구속 및 발부 사유는 제한적 범위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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