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의 ‘조용한 윤석열 수사’ 가능할까

2021.06.22 21:07 입력 2021.06.22 21:14 수정

수사 과정 유출 자제하고

결과는 언론에 공식 설명

“대선에 영향 없을 순 없어

오히려 역풍 가져올 수도”

공수처의 ‘조용한 윤석열 수사’ 가능할까

출마 선언이 임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를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사진)의 약속은 실현 가능할까.

김 처장의 과거 발언과 22일 공수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처장이 생각하는 정치 중립적 수사는 ‘조용한 수사’로 요약된다. 중간수사 과정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고, 수사를 마무리한 뒤 기소를 앞두고 기소 혹은 불기소 사유를 언론에 공식적으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수사 대상이 누구건 예단이나 선입견 없이 수사를 한 끝에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공소제기를 하고, 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우면 떳떳하게 불기소 결정을 하면서 국민 앞에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소상히 밝히는 것이 수사기관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이 공수처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건 참고인이나 피의자 소환 일정 등 수사정보는 법무부가 2019년 12월 발표한 피의사실 공개 금지에 관한 훈령을 준용해 사전에 알리지 않을 전망이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도 ‘출석 요구 방법, 출석 일시 등을 정할 때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거나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란 규정이 있다.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5동 건물에는 피의자 등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드나들도록 하는 전용통로도 마련돼 있다. 언론과 시민들은 공수처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 전까지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 강제수사를 하는 과정에서만 수사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수사는 여전히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수사는 법무연수원 파견 교육 중인 공수처 수사검사 6명이 복귀하는 26일 이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 처장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총장 수사는 아직 본격적으로 착수한 상태가 아니다”라며 그 이유로 수사인력 부족을 들었다. 공수처는 이달 말 검사 추가 채용도 한다.

윤 전 총장 수사가 대선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은 없다. ‘당락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갖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BBK 수사를 받았지만 큰 차이로 선거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지지층이 ‘경제살리기’란 염원으로 부패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데다 뿌리 깊은 정당 지지가 바탕이 됐다”며 “윤 전 총장의 경우 ‘엄정하게 부패를 수사하던 공직자’ 이미지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뛰어든 데다 정당과 결합된 지지층을 갖고 있지 않아 수사 결과가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이 고발된 사건의 경우 직권남용 혐의인데, 이는 해석이 크게 좌우하는 문제”라며 “오히려 공수처에 역풍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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