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 VS 7분 증인신문···‘원고 윤석열·피고 한동훈’ 재판서 벌어지는 일

2023.06.20 17:48 입력 2023.06.20 21:23 수정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자리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자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총장 징계의 정당성을 적극 주장해야 할 법무부가 소극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원고 윤석열’ 측이 증인을 상대로 70분에 걸쳐 신문을 이어간 반면 ‘피고 한동훈’ 측은 단 7분 만에 신문을 마쳤다. ‘한동훈 법무부’가 윤 대통령을 상대로 승소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심준보)는 20일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청구 소송의 세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노정환 울산지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대검 공판송무부장이던 노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채널A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했을 당시 부장회의에 참석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 측은 노 지검장을 상대로 윤 대통령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채널A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를 두고 당시 상황과 경위 등을 세세하게 캐물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하고도 직접 채널A 사건과 관련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해 징계사유로 인정됐다.

노 지검장은 70분간 빡빡하게 이뤄진 신문에서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한 총장의 권한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공식 부장회의가 열린 적은 없고, 삼삼오오 모였을 때도 총장의 권한행사가 법리상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장관과 친분이 있어 손을 뗀다고 했던 윤 대통령이 자문단을 소집하게 되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정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이어서 시작된 법무부 측 증인신문은 약 7분 만에 끝났다. 신문 사항은 10개 정도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 측 신문과 확연히 대비됐다. 법무부 측은 마지막으로 “확인차 다시 묻는다. 당시 대검부장 회의 소속 부장은 검찰총장이 이미 채널A 사건 관련 권한을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한 상황에서 다시 전문수사자문단 수집 권한을 행사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판단했단 것이 맞나”고 묻고는 “(신문을) 마치겠다”고 했다.

정권교체로 ‘원고 윤석열·피고 한동훈’ 구도로 진행 중인 항소심에선 피고 측 변론 태도가 1심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한 장관 취임 후 1심을 승리로 이끈 변호인단을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로 교체했다. 법무부 쪽은 증인신문 태도와 적극성이 원고 측과 크게 대비되는 데다, 항소심 재판에선 증인도 신청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다수 증인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박은정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이 재판에 자신을 “증인으로 불러달라”며 자청하기도 했다. 박 부장검사는 지난달 “(법무부가) 이대로 맥도 못추다 패소할 의도가 아니라면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자 주임검사였던 저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시작된 날에는 오히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손경식 변호사가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은 이 사건에 어떤 영향도 없다” “이번 재판에 답이 정해졌다는 얘기는 사법부에 대한 모욕” “(피고 측 변호인단은) 원심 판단이 맞다며 (원고 측 주장에) 하나하나 반박했다” 등 법무부 측 변호인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 기일 역시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구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당시 대검 형사부장과 차장검사를 지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