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장애 아들의 손과 발이 되어…‘아주 특별한 졸업장’

2011.02.21 21:54

‘연세대 스티븐 호킹’의 어머니 이원옥씨 명예졸업장

어머니는 9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강의실 한쪽에서 아들을 지켜봤다. 전신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학업을 무사히 마친 ‘연세대의 스티븐 호킹’ 신형진씨(28·컴퓨터과학과)의 곁에는 어머니 이원옥씨(65)가 있었다.

그런 어머니에게 연세대(총장 김한중)는 오는 28일 명예 졸업장을 주기로 했다.

신씨는 생후 7개월부터 온몸의 근육이 말라붙으며 천천히 마비되는 희소질환인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았다. 점점 몸을 쓰지 못하게 됐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았다.

이원옥씨(오른쪽)가 21일 연세대 졸업을 앞둔 아들 신형진씨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세대 제공

이원옥씨(오른쪽)가 21일 연세대 졸업을 앞둔 아들 신형진씨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세대 제공

2002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다. 그 이전에도 그랬지만 대학 입학 후 하루하루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남들처럼 학기당 6~7과목씩 들을 수도 없었고, 손이 굳어 강의시간에 필기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눈의 움직임을 읽어 PC가 작동하는 안구 마우스로 리포트를 쓰면서, 매 학기 2∼3과목의 수업을 들었다. 묵묵히 자신을 지켜보는 어머니가 힘이 돼주었다. 어머니는 매일 아침 아들을 개포동 집에서부터 신촌의 대학 캠퍼스까지 차로 태워 날랐다. 필기가 어려운 아들을 대신해 일반 학생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전공과목 강의내용을 모두 받아 적었다. 다른 학생들이 한두 시간이면 끝낼 시험을 아들이 6시간 넘게 걸려 치를 때도, 어머니는 강의실 한쪽에서 자리를 지켰다.

위기도 있었다. 신씨는 호흡 곤란 증세로 2005년부터 장기간 휴학을 해야 했다. 하지만 모자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신씨는 오는 28일 연세대 학부생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어머니 이씨도 나란히 명예 졸업장을 손에 쥔다. 연세대 학적이 없는 사람에게 명예 졸업장이 주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학 측은 밝혔다. 신씨는 공과대 차원에서 따로 마련한 특별상도 받게 된다.

변혜란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장은 “어머니 이씨는 9년간 신씨와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누구보다 헌신적이셨고, 학내 장애인시설도 이씨로 인해 많이 바뀔 수 있었다”며 “공로상으로는 충분치 않아 명예 졸업장을 드리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캠퍼스 안에서 아들의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막상 아들이 졸업을 한다고 하니 뿌듯하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모자는 졸업식을 마친 뒤 그동안 많은 도움을 준 교직원과 학교 친구 등을 초청해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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