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만 2년 준비한 학생, 4곳 모두 낙방

2011.11.18 00:07

학부모 “학원·대학만 배불려”

“논술요? 그거 사교육업체와 대학만 배불리는 시험 아닙니까?”

17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난 학부모 김모씨(45)는 대입 논술시험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서울의 고교 3학년생인 딸 김모양은 2012학년도 수시 1차 논술전형에서 이화여대, 성신여대, 가톨릭대, 동국대 등 4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떨어졌다.

김양은 고2 때부터 논술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하고 논술 준비에 ‘올인’해왔다. 가정 분위기 덕분에 어릴 때부터 독서와 신문읽기를 습관화한 터라 학교 교사도 “논리적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양은 “내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할 수 있는 건 논술인 것 같다”며 스스로 학원을 알아보는 등 적극적으로 논술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는 다니던 논술학원을 한 군데 더 늘렸다. 매달 학원비로 57만원이 나갔다. 추석 때는 단기 특강을 듣느라 2박3일 코스로 60만원을 냈다. 시험이 코앞에 다가온 지난 9월에는 대학별 맞춤 특강을 위해 한 달에 135만원을 추가로 썼다. 어떤 학교에선 영어 지문이 나오고, 어떤 학교에선 수리논술이, 어떤 학교에선 과학논술이 나오는 등 학교마다 특성이 모두 달라 지원하는 학교별로 그에 맞는 훈련을 별도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나마 우리 아이는 수능 등급 제한이 없는 4곳만 넣었으니 망정이지, 여기저기 더 많이 넣은 학부모들은 더 많은 돈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김씨는 “외국 학회지의 영어 논문이 지문으로 나오질 않나,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은 유형의 문제들은 또 왜 나오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혼자서는 도저히 준비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문제들이 나오니, 이건 결국 학원과 대학에 돈을 갖다 바쳐야 하는 시험”이라고 했다.

김씨의 딸은 오는 20일 숙명여대에서 다시 수시2차 논술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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