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 쓴 권희영 교수 “제주 4·3은 폭동”

2013.09.05 22:48 입력 2013.09.06 00:10 수정

‘사건’으로 규정한 정부 입장 전면 배치 ‘파문’

464개 시민·역사단체 “검정 합격 취소” 요구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제주 4·3사건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남로당이 벌인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5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현대사학회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역사교육의 모색’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 “기존 교과서는 무장봉기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양민학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런 내용이 담긴 좌편향 교과서들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석기 의원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지난달 말까지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권 교수의 발언은 4·3을 1947년 3·1절 기념식에서 경찰 발포로 발화돼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된 사건으로 규정한 정부 조사결과나 기존 역사교과서,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추념해온 정부 공식 입장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4·3 사건을 좌익분자가 일으킨 폭동에 대한 토벌로 보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우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운데)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역사교육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우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운데)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역사교육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정부는 2000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10월 대통령으로서 처음 공식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4월3일 제65주년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했으며 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제주를 방문해 “4·3 추모기념일 지정을 포함해 제주도민의 아픔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학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좌파 성향 역사학자들은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동현 경희대 한국현대사연구원장은 대표적인 친일파인 이광수와 윤치호에 대해 “국내에서 실력양성 운동을 펼쳤다”며 “이승만, 김구 등과 독립운동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사상으로서의 반공 노선을 견지하는 독립운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464개 시민·역사단체가 모인 ‘친일·독재 미화와 교과서 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역사정의실천연대)는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를 통과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합격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한상권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는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파를 애국지사로 되살리고 친일자본을 민족자본으로 둔갑시키는 등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을 수용했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영웅으로 삼아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무시했으며, 남북관계를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결로 서술했다”면서 “이는 헌법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검정 승인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대국민보고서를 발표하고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교과서 검정 무효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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