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 지방대 위기 심화”
지방대 총장들 한목소리로 반대
수도권·비수도권 갈등으로 번지나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검토에 들어간 수도권 대학 첨단분야 학과 정원 확대에 지방대 총장 10명 중 9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심각한 지역 인재유출과 지방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지방소멸’ 현상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이유다. 반면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 확대에 압도적으로 찬성해 정부의 반도체 인재육성 정책이 수도권·비수도권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23일~24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88명 중 65.9%가 수도권 대학의 첨단분야 학과 정원을 늘리는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지시한 데 따라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의 학부 정원 총량을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28명 중 24명(85.7%)이 규제완화에 찬성한 반면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56명 중 52명(92.9%)이 반대했다. 지방대 총장들은 반대 사유를 적는 문항에 ‘고사’ ‘소멸’ ‘황폐화’ 등의 단어를 사용해 가며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가 지방대의 생존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한 지방 사립대 총장은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시) 지방대의 신입생 충원이 더 심각하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썼다.
지역 대학의 기타 다른 공학분야의 축소 및 소멸이 예상됨.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위기상황에 수도권 정원 확대는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력 약화 및 생존의 위험 증대.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지역대학 발전을 위해 구체적 지원(재정) 방안 수립이 되어야 하고 수도권 정원 확충은 지방대 및 지역 소멸 방지를 위해 재고되어야 함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지역대학 육성방안과 정면 배치됨.
질 높은 인재 양성이 필요.
실제로 교육부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학 신입생 미달인원 1만5986명의 93.8%인 1만4989명이 비수도권 대학에서 발생했는데, 이런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수도권 대학 규제완화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규제 완화에 찬성한 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질 높은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교육부는 다음달 중 수도권 대학 첨단분야 학과 정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인재 양성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를 앞두고 지방대 총장들의 반발 여론이 확인되면서 앞으로 규제 완화가 가시화될 경우 지방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등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대교협 세미나에서도 이병수 고신대 총장이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이 수도권대학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지방대학 시대’ 표어와 충돌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의 우려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기도 했다.
대학 총장들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가장 개선이 시급한 규제(복수응답)로 대학 재정지원평가(44.3%), 등록금 규제(40.5%)를 꼽았다. 수도권 대학과 입학정원 3000명 이상인 대규모 대학들은 등록금 규제를, 비수도권·소규모 대학은 대학 재정지원평가를 가장 시급한 규제로 꼽는 등 편차가 나타나기도 했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통한 국고지원을 받을 수 없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등록금 규제를 푸는 방안과 부실 한계대학에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학 규제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어떤 입시전형을 확대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60.5%가 학생부종합전형을, 22.1%가 학생부교과전형을 꼽아 대학 총장 10명 중 8명이 학생부 위주 수시전형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수능 위주 전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0%가 가장 적절하다는 응답이 27.2%로 가장 많았다. ‘10% 미만’(17.3%), ‘30~40%’(16.1%), ‘10~20%’(14.8%) 등으로 나타나 지금보다 수능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총장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분야 고위 공직자의 가장 큰 결격 사유로는 자녀의 입시 공정성 논란(38.0%)과 연구윤리 위반(23.0%) 등이 꼽혔다.
이번 대교협 세미나에는 회원대학 총장 198명 가운데 133명이 참석했다. 설문조사에는 문항별로 81~90명이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