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공간서 혼자” “타인 접촉 말라”…자가격리, 장애인은 어쩌죠?

2020.03.01 22:32 입력 2020.03.01 22:36 수정

장애인 3명과 격리된 활동가 “목욕 등 도울 땐 접촉 불가피”

정부 지침 미흡…‘방호복 입어라’ 센터 자체적 수칙 더 도움

대구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활동가 최모씨(30)는 지난달 23일부터 센터가 마련한 자립생활주택에서 장애인 3명과 자가격리 중이다. 이들은 같은 날 센터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접촉자로 분류됐다. 최씨는 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자가격리된 장애인에 대한 지원대책이 미흡하다고 전했다.

최씨는 “장애인 세 명을 비장애인 혼자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이 격리된 장애인들은 평소에 약을 먹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센터 측에서 약을 준비했지만 그마저도 떨어질 경우 대책이 없다.

최씨는 “격리된 제가 약을 구하러 나갈 수도 없고 인력이 없어서 이곳으로 약을 전달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비할 방책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자체나 보건소에서 알려준 자가격리 수칙은 이들이 처한 상황과는 맞지 않다. 보건소가 발송한 ‘자가격리 대상자를 위한 생활수칙 안내문’에는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라” “가족 또는 동거인과 대화 등 접촉하지 않도록 한다”와 같은 지침이 써 있다. 최씨가 지원하는 장애인 중에는 신체가 불편한 사람이 있어 목욕할 땐 불가피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다. 목욕을 도울 때 침 등 분비물과 접촉하기 쉬워 최씨는 방호복을 입는다. 자가격리될 때부터 지자체, 보건소 등으로부터 방호복 입는 법을 교육받지 못했다. 유튜브를 통해 혼자 배웠다. 최씨는 “지자체나 보건소에서 안내한 자가격리 지침보다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수칙이 더 도움이 된다”며 “센터에서는 ‘목욕할 때 방호복을 입어라’ ‘지원할 땐 항상 마스크를 껴라’ ‘소독제를 2시간마다 뿌려라’ 등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1일 자가격리 장애인에 대해 24시간 생활지원하거나 격리시설에 수용하겠다는 지침을 마련했다(경향신문 2월22일자 2면 보도). 최씨는 현장에서 실효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센터에서는 활동지원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고 홍보하지만 지원자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대구 장애인지역공동체에서는 발달장애인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확진 장애인은 다음날 오후 경북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됐다. 대구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성명서에서 “병상 부족을 이유로 증상이 경미한 확진 장애인은 자가격리 상태에서 지내야 한다. 생활지원 대책도 찾아볼 수 없다. 병원으로 이송돼도 의료적 조치 외 어떤 생활지원이 이뤄지는지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앞으로 장애인들이 자가격리되거나 확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와 대구시는 장애인을 위한 확실한 코로나19 대응체계를 발표해야 한다. 현재 발생한 확진 장애인이라도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하고, 장애인이 실제 보호받을 수 있는 자가격리 대책과 확진자 전담의료병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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