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꾹 참다 응원에 울컥”

2020.03.01 23:15 입력 2020.03.01 23:59 수정

‘코로나와 사투’ 대구 간호사들, 휴일 없이 평소 3배 고강도 노동

“식사는커녕 물도 제대로 못 마셔” 소화불량·두통·불안 호소 늘어

<b>대구로 모인 전국의 119…오늘도 출동 준비</b> 1일 전국 각지에서 지원 나온 119 소방대원들이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에서 환자 이송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로 모인 전국의 119…오늘도 출동 준비 1일 전국 각지에서 지원 나온 119 소방대원들이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에서 환자 이송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사는커녕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해요.”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지난달 21일부터 일하고 있는 간호사 조화숙씨(55)는 감염 우려 속에 환자를 살리는 병원 간호사들의 애환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간호파트 책임자인 그는 간호사들의 체력적인 한계와 감염에 대한 두려움 등 심리적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전선’의 최전방을 지키는 의료진이라는 사명감이 버팀목이다.

대구동산병원 소속 간호사들은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일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파견된 간호사 등 90명가량이 근무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간호 인력이 3교대 근무를 하는 만큼 130명 이상은 돼야 근무 여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본다.

인력 충원이 되지 않으면서 현재 간호사 1인당 20~3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평상시(간호사 1명당 환자 10명)보다 2~3배 많은 환자 수를 담당하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전담 관리한 후부터 간호사들은 휴일도 없이 출근하는 실정이다.

조 간호사는 “간호 인력들은 환자의 혈압과 체온 등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으며 식사를 나눠주는 일은 평소와 같지만 감염병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힘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의료진 등 병원을 출입하는 모든 직원은 레벨 ‘D’ 수준의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몸의 외부 노출을 차단하는 방호복, 고글과 N95 마스크(미세입자 95% 이상 차단 수준), 장갑 등 복장을 갖추는 데에만 20분가량이 걸려서 모든 간호사들은 근무 30분 전에 출근한다. 조 간호사는 “방호복을 입으면 공기가 차단돼 숨쉬기도 힘들고 2시간 정도 일하면 온몸이 땀으로 샤워한 것만 같다”면서 “복장을 갖추는 것 자체가 힘들어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물도 잘 안 마신다”고 말했다.

“힘들어도 꾹 참다 응원에 울컥”

병원 측은 2층 진료실 일부와 장례식장을 비워서 의료진이 머물게 하고 있다. 식사는 매번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해 있는 대구의 종합병원 대부분이 대구동산병원과 비슷한 상황이다.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ㄱ씨는 “(밥을 먹으러) 내려갈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배식팀에서 의료진 식사를 도시락처럼 덜어서 가져다준다”며 “하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이 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밥을 먹어도 별로 당기지 않는다. 집에 가서야 몇 술 뜬다”고 했다.

업무량도 많아지지만 매일 급격하게 변화는 상황에 따라 업무 내용도 추가되거나 자주 바뀐다. ㄱ씨는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다 보니) 출근할 때마다 지침이 바뀌고 수정된다”며 “코로나 의심환자 격리병동으로 결정된 당일 입원 환자들을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동으로 다급하게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 근무 뒤 진통제 먹고 병원서 쪽잠

‘코로나 사투’ 대구 간호사들

또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ㄴ씨는 “질본에서는 ‘큰 카테고리’로 대응 지침을 내려주지만 현장에서는 저희가 머리를 맞대고 ‘이 손잡이를 잡을 땐 장갑으로 덮고 잡자’처럼 상황별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환자 방에 들어가는 김에 청소 인력 대신 코로나19 격리 감염 폐기물을 밀봉하는 일 등 사소하지만 간호사들의 본래 업무가 아니었던 일들이 조금씩 추가되기도 한다.

ㄴ씨는 “처음 며칠은 가족에게 전염시킬까 하는 두려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매일같이 울었다”면서 “얼마 전 시민단체에서 보내준 홍삼이랑 알밤, 두유 등을 보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인 뒤 병실 밖을 나서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소화도 잘 안된다고 한다. 조 간호사는 “한 차례 근무를 마친 뒤 간호사들은 진통제를 먹고 비어 있는 병실 침대에 누워 잠시 쉬다가 다시 방호복을 입는다”면서 “하루 일을 마친 후에도 가족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길 것을 두려워하는 의료진 등은 병원에서 잠을 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대구에는 간호사 123명을 비롯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돕는 공중보건의 57명, 군의관 10명, 공공병원 소속 의사 9명, 임상병리사 4명, 방사선사 2명 등 모두 205명이 파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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