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나기만 기다렸는데···환자단체들 “의료현장 정상화부터”

2024.04.17 14:47 입력 2024.04.17 17:35 수정

의대 증원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17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의대 증원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17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17일로 58일째를 맞았다. 전공의 복귀 시한이었던 2월 말까지만, 신규 인턴 수련의의 임용 등록 기한이었던 3월 말까지만, 총선 때까지만…. 어떤 계기로든 환자들은 의료공백 사태가 끝나기만 바라왔다.

환자단체들은 특히 총선 후 일주일이 지나도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데 실망감을 표현했다. 오는 25일 이후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하면 의료공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단체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의료현장 정상화부터 이뤄내라”고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정문에서 연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질문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정문에서 연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질문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식도암·폐암·췌장암·다발골수종·중증아토피 등 6가지의 중증질환 환자단체들이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김성주 회장은 “사실 총선이 끝나면 좀 달라질 줄 알았다. 어제(16일)도 대통령이 입장 발표를 한다고 해 기대했지만 (의료개혁 계속 추진한다는) 한 마디만 하고 끝났다”며 “우리가 얼마나 처절하게 두 달을 버텨왔는데, 총선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도 똑같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들, 의사들을 만나봐도 다 똑같다. 우리만큼 절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를 비롯한 9개 환자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안기종 대표도 “정부나 의료계가 두 달 동안 한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총선 후 정부가 뭔가 실효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통령의 국무회의 메시지도 그렇고, 정부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어서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월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진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월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진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환자단체들은 국회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환자,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태를 그대로 두고 정부, 의료계가 각자 주장만 한다. 지금은 국회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니까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다 양보하게끔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총선 전까지 국회가 한 게 없었다. 그래도 국회는 국민의 대표이니까 총선 지나면 정부와 의료계 불러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환자·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 논의도 활발해졌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작업을 하고 있고, 야당에서는 보건의료공론화특별위원회나 4자(당·정·민·의) 협의체를 만들어 사태 해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사회적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가장 첨예한 쟁점은 역시 ‘의대 2000명 증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여부다. 정치권에선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이나 1년 유예 등을 중재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환자단체들은 “당장 의료현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어떻게든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환자들 사이에선 향후 환자 권익을 위해 의대 증원 추진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전공의 요구조건을 수용해서라도 의료현장 문제를 해소하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의료현장 정상화’가 전공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인지 면밀한 현장·정책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두 달 동안 의료현장이 어떤 부분에선 적응을 했다. 그게 환자들의 희생에 따른 결과인지, 합리적 의료이용에 따른 결과인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의대 증원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17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접수 대기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의대 증원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17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접수 대기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환자들이 입은 피해는 분명하다. 정부의 피해신고·지원센터에 58일간 접수된 피해신고 건수는 671건(수술지연 430건, 진료차질 128건, 입원지연 30건, 진료거절 83건)이다.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3차병원)들은 입원·외래, 수술을 대폭 줄였다.

다만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 전공의 이탈 이후 PA 간호사(진료보조 간호사) 역할 확대, 2차 병원 이용 증가 등 의료정책도 같이 추진돼 진료공백 일부를 메웠다. 안 대표는 “더 큰 의미의 의료 정상화라고 하면, PA 간호사 법제화를 통해 업무의 법적 근거를 만들고, 수련병원은 전공의 비중 줄이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환자단체들은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할 때마다 환자들이 피해를 겪는 일이 반복된다면서 집단행동 시 응급·중증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이탈을 방지하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적 협의체에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할 때 환자단체들의 입장이 반영되길 희망했다. 이들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반대하며, 공공의료 부분은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