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놓은 초동대처 하룻밤새 넋놓다…피해 왜 커졌나

2007.12.09 19:15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일어난 원유 유출사고의 피해가 당초 예상보다 급속하게 확산된 것은 조류·풍향의 급변과 당국의 초동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9일 해경헬기 상공에서 내려다 본 충남 태안군 해안의 모습.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파도를 타고 해변으로 퍼져가고있다. 태안/강윤중기자

9일 해경헬기 상공에서 내려다 본 충남 태안군 해안의 모습.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파도를 타고 해변으로 퍼져가고있다. 태안/강윤중기자

해경은 지난 7일 사고 발생 직후 이번 사고가 육지에서 8.2㎞ 떨어진 해상에서 발생한 데다 바람이 바다쪽으로 불어 원유의 해안 유입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물때가 오후 들어 썰물로 바뀌면서 기름띠가 남서쪽 해상으로 흘러나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곁들였다.

또 기상 및 해상 상황 등을 감안한 모의실험 결과를 인용하면서 이르면 24시간, 늦으면 36시간 이후에나 해안으로 기름띠가 확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고발생 13시간이 지난 이날 저녁 8시쯤엔 이미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일원과 학암포, 천리·만리포 등으로 기름띠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바다는 삽시간에 ‘검은 바다’로 변했다.

밤 사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날 밤부터 바람이 겨울 계절풍인 북서풍으로 바뀌면서 사고 해역 기름띠가 해안쪽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풍속이 초당 10~14m에 파고도 3m로 높아져 사고 선박 주변에 둘러친 오일펜스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소원면 의항리 문모씨(64·어민)는 “사고 당일 저녁부터 바다에 기름띠가 보여 어민들이 10여척의 배를 준비해 놓고 해경 등에 흡착포 등 방제 도구들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다음날인 8일 아침까지도 도착하지 않았다”며 흥분했다.

유조선의 기름 유출 구멍을 신속하게 막지 못한 것도 피해 확산의 주원인이다. 당국은 유조선내 ‘바라스트(선박 균형장치)’로 기름을 응급 이송하면서 7일 낮 12시쯤부터 유출은 더 이상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름은 계속 유출되다 48시간 만인 9일 오전 7시30분에서야 응급 봉쇄작업이 완료됐다.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태안군 일대 해안선 530㎞ 가운데 이원·원북·군흥·소원 등 4개면 일대 150㎞가 직접적인 피해권에 포함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충남도는 인근 가로림만과 천수만은 물론 서산·보령시, 당진·홍성군·서천군 일대의 해안선 1224㎞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태안|윤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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